손학규 후보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됐다. 손 대표의 진정성과 집권 의지, 그리고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이 결합되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손 대표는 2008년 총선에서 참패한 후 춘천에 칩거하면서 지방선거, 재보선 등 당이 요구할 때 마다 주저하지 않고 열정을 다해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대표 선출은 당원들에게 이런 진정성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대선때 잃어버렸던 600만표를 되찾아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집권의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승리의 요인이 되었다. 특히,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호남 기반의 민주당이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에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던 학습효과가 작동된 것이 선거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로 손 대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대권고지에 먼저 한발 다가서게 되었다. 하지만 손대표의 대권 가도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집권 의지가 강하다고 승리가 담보되지는 않는다. 손 대표가 한나라당 출신 핸디캡을 딛고 대권 가도를 더욱 탄탄히 하기 위해서 첫째,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당내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당이 순수집단지도체제로 전환되면서 당내 주요 실세 인사들이 모두 지도부에 입성했다. 따라서 자칫 '비주류의 전략적 대표 흔들기'로 당 운영에 차질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손 대표의 안정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손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은 지금 이 순간 하나가 된 것"이라고 선언했듯이 당분간 계파 화합을 통해 당을 추수려야 한다. 신주류를 만들어 구주류를 몰아내고 비주류와 대립하는 위험한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둘째, 생산적인 진보 담론을 주도해야 한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담대한 진보' '정의로운 복지 국가', '보편적 복지' 등 각종 진보 담론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더구나, 민주당은 이번 전대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해 기존의 '중도 개혁' 노선을 삭제했다. 하지만, 손대표는 이념적 진보보다는 생활정치와 실천적 진보를 강조하면서 "정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중도층을 흡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런데, 이런 손학규식 진보 해석은 그를 고립무원에 빠뜨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손대표가 진보 진영이 적극 반대하는 한미 FTA 비준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할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지 관건이다. 손 대표는 과거 경기 도지사 시절부터 한미 FTA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다. 만약 손대표가 그때 입장을 바꿔 FTA를 반대하면 신뢰가 무너지게 되고, 찬성하게 되면 정체성 문제에 직면할게 될 것이다. 셋째, 독자 세력화를 선언한 486그룹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486을 대표하는 이인영후보의 4위 등극이다. 만약, 최재성 후보와의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두 후보 득표의 단순 집계만으로도 3위를 할 수 있었다. 단일화를 하지 않았어도 486후보가 4위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당심의 기저에 세대교체의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손대표는 안정적 당 운영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강원(이광재)-충청(안희정)-영남(김두관)으로 연결되는 젊은 친노 벨트를 우군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넷째, 진보 민주 개혁 세력을 하나로 묶는 연합정치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보듯이 진보세력의 경우, 후보 단일화를 이뤄낼 때만이 승리하는 방정식이 성립된다. 따라서, 손대표는 당 대표 자리를 자신의 기득권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범진보 진영을 묶어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연합을 만드는데 매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손 대표는 "그 어떤 기득권도 저를 위해 만들지 않을 것이고 그 어떤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진정성있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제시된 과제 하나하나가 실천하기에 결코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손 대표가 3당 합당으로 민자당에 들어가 대권을 거머쥔 김영삼이 될 것인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들어가 이용만 당하고 팽당한 이인제가 될 것인가의 여부는 지금부터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 길게 호흡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통큰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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