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이 없는 한 100% 사비를 털어 나서는 맛 탐방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다른 미디어에 낚이는 상황이 가장 분하다. 믿을 만한 소식통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직관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평소 눈여겨 놓은 집을 본격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그곳을 지날 일이 없어도 일부러 그 집을 경유해서 올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염치 없고 무안한 일도 왕왕 생긴다. 가게 외관만 살짝 관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가도 가게 문이 열릴 때마다 고개를 쭉 빼고 실내를 쳐다보는 통에 이상한 사람 취급도 자주 받는다. 물론 고급스럽고 멋진 가게 내·외관이 전부는 아니다. 겉은 허름하게 보여도 정리·정돈 상태가 양호하다면 답사를 결정하는 편이다.
당연히 상호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상호가 있다. '진미'나 '오복'이란 상호가 그런 경우다. 우스운 이야기로 맛있는 곳보다 맛없는 곳 찾기가 더 힘들다.
군산 '진미식당'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큰길가에서 문을 열면 바로 방이 나오는 다소 옹색한 구조로 되어 있다. 백반을 주문하면 구수한 뚝배기 된장찌개와 깔끔한 게장이 눈에 띄고, 요즘 같으면 아담한 박대(바다 생선의 일종)구이도 발라 먹을 수 있다. 모든 음식 간이 놀라울 정도로 삼삼해서 간이 센 항구도시의 백반이 아닌 것 같다. 특히 고춧가루와 참기름은 직접 빻거나 짜서 사용한다. 현재 주인장이 이 가게를 인수한 뒤 결국 지역 공중파에 노출되었다. 다행히 흐트러진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전보다 더욱 깔끔하고 깊이 있는 음식을 제공한다.
완주군에는 시골스러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오복식당'이 있다.
대둔산 가는 길목 시골 마을에서 요즘 보기 힘든 가정식 백반을 전문으로 한다. 구수한 청국장을 중심으로 직접 재배한 배추로 담근 김치 서너 종류가 상 위에 오른다. 그 밖에 고추와 마늘, 오이 장아찌를 푸짐하고 솜씨 있게 담아낸다. 머슴밥처럼 수북히 담아내는 공깃밥은 무료로 리필(refill·되채우기)되며, 윤기 자르르한 멸치볶음과 콩자반에서는 지난 시절의 향수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이쯤이면 '로컬푸드'(local food)와 '슬로푸드'(slow food)가 대세 아니겠나? 다른 포스(force)있는 식당들이 그렇듯 '오복식당'도 점심이 지나면 문을 닫는다.
▲ 진미식당(백반·게장백반·청국장·김치찌개 각 5000원/백반·게장백반 주문 시에만 게장 제공)
위치: 군산시 경암동 660-12(이마트에서 경포초등학교 사이), 전화: 063-442-5854, 영업 시간: 오전 8시∼오후 9시
▲ 오복식당(백반 5000원)
위치: 완주군 경천면 경천리 537, 전화: 063-261-8197/011-406-2052, 영업 시간: 오전 11시∼오후 2시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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