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을러서 차(茶)를 제대로 갖춰 놓지를 못하는 편이다. 아니 어쩌다 손에 들어온 차조차도 묵히는 게 일쑤다. 그렇다고 그렇게 무관심한 것만은 아닌데. 나의 빈 찻잔에 누군가가 채워주기 때문일까? 작업실에 들어서면 김 여사는 자기의 먹빛을 발하기 전에 차부터 챙긴다. 철에 따라 새 차를 마련하고 수묵세계를 펼치는 이들과 차향을 함께 나누며 아침을 열어 나간다. 오늘은 국화차이다. 19세기 천재적인 화가 <조희룡> 이 <유재소> 가 그린 그림에 '사람은 가을 국화처럼 깨끗하고....'라고 쓰면서 서로를 비유했는데, 그 꽃잎 하나 간직하고 싶다. 옆에 놓인 찻잔 너머의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잘 익은 감나무 사이로 하늘이 열린다. 가을이다! 맑게 갠 새파란 하늘엔 한 조각, 한 티끌의 그 어느 것도 잡히지 않는 허공이 가슴팍에 안긴다. '無欲則靜虛動直'(무욕하면 정하여 허하고 동하여 곧다;通書/聖學)이라 했던가. 차 한 잔의 여유와 지나는 명상에 잠시 손을 놓아본다. 유재소> 조희룡>
산국이 어디 향기뿐인가! 「본초강목」에 '오랫동안 복용하면 혈기가 왕성해지고 몸을 가볍게 하며 쉬 늙지 않고 위장이 편안하며 오장을 돕고 사지를 고르게 한다.'라고 적혀 있고, 옛날에 중국의 '유향'이라는 사람은 국화를 먹고 1700살까지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는 걸 보면 몸에도 좋긴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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