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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칼럼] '칼레의 시민 정신' 교훈 삼자

백성일(본지 주필)

요즘 전북에서 벌어지는 일을 놓고 그 해결책을 찾는 모습을 보면 맥 빠진 느낌이다. 시내버스파업도 그렇고 LH유치문제도 그렇다. 김완주 지사가 자주 중앙을 방문해서 전북 현안을 논의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야당지사라는 힘의 한계가 너무 커 보인다. 상대적으로 같은 야당이면서도 광주·전남이 잘 나가는 것을 보면 지역주민들이 지사나 정치권을 잘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주민들이 비판적이고 적극적인 근성을 갖고 있어 중앙정부가 깔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5+2 광역권 설정으로 전북은 호남에서도 찬밥 신세가 돼버렸다.

 

시내버스 파업 문제는 전국적으로 공통된 사안이다. 얼마나 전주를 꺼벙하고 헐렁하게 봤으면 민노총에서 서민을 볼모로 잡고 기습 파업을 강행했겠는가. 혹자들은 광주나 다른 도시 같았으면 이 같은 파업이 일어나지 않았을 뿐더러 일어 났어도 조기에 해결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력하게 응징하고 나서서 해결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지역개발이 안되는 것도 도민들의 근성이 너무 물러터졌기 때문이다. LH분산배치 문제도 정부가 당초 약속을 해놓고 어긴 것은 전북을 물렁하게 봤기 때문이다. 도민들이 일찍부터 한덩어리가 돼 중앙정부를 향해 강력하게 대응했으면 문제는 해결됐을 것이다.

 

이번 버스 파업은 민노총 지휘부 몇사람이 운전사들을 볼모로 잡고 사태를 악화시켜 교통약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데모하면 일가견 있는 프로들이 야무지게 나선데 반해 사측이나 행정의 대응방법이 순진무구한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해결이 안나고 있다.

 

정치권의 태도는 야비할 정도로 기회주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행여 불똥이 튀지 않을까 몹시 몸사리는 모습이다. 희생을 각오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정치권이 진자리를 피해 버려 결국 전주·완주 시·군민들만 불쌍해졌다. 김지사도 노노 싸움이라고 여기고 먼 산만 바라 보고 임정엽군수도 간여했다가는 득될 게 없다는 판단으로 오불관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 도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 칼레 시민 6명이 보여준 희생정신과 결기다. 영국 에드워드 3세왕에게 항복 조건으로 6명의 목을 내걸으라고 했을 때 그 도시에서 가장 부자인 생피에르가 가장 먼저 나섰고 이어 시장과 귀족들이 목을 걸고 나선 것이다. 결국 왕비의 간청으로 이들은 목숨을 구했지만 생 피에르는 처형 당일 집에서 자결하고 말았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귀감이 되었다. 김완주지사는 LH유치를 위해 이순신장군이 썼던 사즉생(死卽生)이란 말을 썼다. 결연한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해 이 말을 썼지만 시간이 가면서 진정성이 흐려진다는 여론도 있다.

 

지금 시내버스 운행률이 80% 이상 넘어야 파업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태는 장기화 될 공산이 짙다. 사측도 민노총을 무섭게만 여기고 교섭을 피해선 안된다. 어차피 인정해야 할 단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새로운 협상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이번 파업 사태로 면역력이 생길 때도 됐다. 시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진정성만 있으면 타결 못지을 문제가 아니다. 칼레시민 6명이 보여준 결기를 사측에서 보여줄 때다. 아무튼 그 누구도 이순신 장군이 썼던 사즉생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함부로 쓰지 않았으면 한다. 실행도 못할 사람들이 이 말을 쓰는 것은 이순신 장군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 백성일(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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