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에 인도적인 대북 지원 재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 도발, 천안함 사건이 있은 뒤 민간단체 중심으로 이뤄져왔던 취약계층에 대한 대북 지원이 보류 돼 북녘 아이들이 굶주림과 병으로 신음하고 있어서다. 도내에서 북한의 어린이를 돕기 위해 모금 운동을 주도해왔던 이종민 전북대 교수가 지난 8일 사단법인 어린이 어깨동무(이하 어깨동무)에 1000만원 전달식을 가졌다. 이날 전주를 찾은 권근술 어깨동무 이사장은 "이런 분들 때문에 내가 도무지 중단할 꿈을 못 꾼다"며 "한 해가 가기도 전에 1000만원을 모았다고 하니 다음 계획을 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한겨레신문에 있을 때 (어깨동무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16년 됐습니다. 나는 '어깨' 두목으로 이사장을 맡고 있죠. 우리들끼리는 조폭이나 깡패 부르듯 그냥 '어깨'라고 부르곤 합니다. (웃음)"
어깨동무는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분유·의약품 지원, 병원건립 등 대북 지원 사업을 펴온 비영리 민간 단체. 남·북 어린이들 모두 비슷한 키로 자라 어깨동무할 수 있게 되길 마음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어깨동무는 현재 8000여 명의 비정기회원과 3000여 명의 정기회원 후원금, 기업 지원금, 정부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권 이사장은 "우리가 만난 북한 사람들은 다 어린이어깨동무를 알고 있을 만큼 가장 신뢰받는 대북 지원 단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긴장에 대북 인도 지원 '공든탑'이 무너질 판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영유아 인도 지원을 약속했지만, 번번히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해 한 종교단체의 밀가루 지원 말고는 대부분이 중단된 상태. 어깨동무가 마련한 콩우유 원료도 상했고, 설탕도 돌덩어리처럼 굳어 버렸다. 일부 의약품도 유효기간이 끝나 폐기해야 할 상황이다.
"참 어두운 한 해였습니다. 우리가 도무지 설 땅이 없어 보였어요.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도 그만두겠다 회원들이 없어요. 그게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줍니다. 그런 대표적인 분이 이종민 교수에요."
어깨동무는 2004년 분단 이후 최초로 2004년에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을 건립했다. 2006년에 농촌 지역인 장교리에는 모자보건센터에 해당하는 장교리인민병원을, 2008년 평양의학대학(평의대) 어깨동무소아병동을 지었다. 평의대 어깨동무소아병동 건립으로 220개 병상과 최신 의료 시설을 갖춘 병동으로 평양에 거주하는 15살 미만 어린이의 절반 가량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권 이사장은 이를 두고 "분단 시대 남북 민간 교류 협력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했다.
"내 나이 올해로 일흔입니다. 살아 생전에 백두산을 배낭 메고 걸을 수 있을 지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20년, 30년 아무리 길게 잡아도 50년 후까지 분단된 나라에서 서로 오가지도 못한 채 적대적인 삶을 살아가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누군가는 그들의 평화롭고 건강한 만남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는 이어"지난 날에 비추어 보더라도 남북 관계에는 늘 기복이 있었다"며"하지만 긴 눈으로 보면 지금의 시련도 어차피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이라고 했다. 또한 어깨동무 같은 비정부기구가 더욱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깨동무의 인도주의 정신은 영원할 것입니다.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영유아와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은 어깨동무가 내려놓을 수 없는, 한민족이 지고 가야 할 십자가입니다. 우리 정부도 최소한 시민들이 정성을 다해 마련해준 물자를 북에 제때 전달될 수 있도록 도왔으면 합니다. 힘겹게 쌓아올린 공든탑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시간으로 기억되질 않길 바랍니다."
이날 박남준 시인은 회원들에게 시집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를 친필 사인해 선물하기도 했다. 전달된 성금은 북한 남포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식 지원에 쓰여질 예정이다.
권 이사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동아일보 언론자유수호투쟁으로 해직된 후 한겨레신문 창간에 나서 편집국장과 논설주간, 사장과 회장 등을 두루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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