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주 백반을 대표했던 가게들은 구도청 부근에 몰려 있었다.
백반만 주문해도 테이블이 비좁아 꼭 그릇 몇 개는 이층으로 쌓였다. 직장인들과 백반 마니아들이 겹치는 점심 시간엔 앉을 자리가 없어서 자리를 잡으려면 최소한 20~30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1000원만 더 얹어주면 테이블 절반 이상을 2층으로 포개진 곁 음식이 차지하는 충격(?)과 감동이 뒤섞인 '폭풍 백반'을 먹을 수 있었다.
직장인이 아니면 주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던 시절이라 곁 음식이 테이블 가득히 나오지 않으면 일반인들은 눈길도 주지 않던 시절이었다. 잔반에 대한 인식도 지금과 달라서 그때가 전주 백반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구도청 부근 백반집들이 재료값 상승으로 신음할 무렵 전주의 넉넉한 인심과 정갈한 음식으로 무장하고 1998년 문을 연 곳이 '광장식당'이다. 전주 한옥마을 한식이나 한정식에 부담을 느끼는 전주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며, 김길순 씨(63)와 그의 남편, 딸이 함께 운영한다. 가족들이 일하면서 아낀 인건비는 고스란히 곁 음식을 만드는 데 보태진다.
요즘은 테이블 중앙에 김치찌개와 계란찜, 아욱국 등 뚝배기 삼총사가 자리 잡고 웬만한 보쌈집 뺨치는 수육과 무와 조린 고등어찜 등 어림잡아 20여 가지가 넘는 곁 음식이 상에 오른다. 한눈에도 느껴지는 신선한 수육의 비결을 묻자 김길순 씨는 "돼지 앞다리를 하루에 1벌(2족)씩 진안축협에서 구입한다"며 손맛보다는 좋은 재료에 공을 돌렸다. 하지만 지금의 퀄리티(quality·질)를 유지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듯 "식당을 2세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딸이 시집가는 날까지 묵묵히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엔 항구 도시 군산의 좀 더 거창한(?) 백반을 소개한다. 요즘같이 더운 날씨엔 삼계탕도 찾지만 평상시에는 백반이 주 메뉴인 '백년삼계탕'. 맛지도로 따지면 유명한 짬뽕집 '복성루'와 '지린성'이 부근에 있으며 구역전에서 멀지 않다.
이곳은 삼계탕은 몰라도 백반은 반드시 2인분부터 주문받는다. 그 이유는 20여 가지 곁 음식과 더불어 돌솥에 담긴 닭볶음탕과 꽃게(이쪽에선 '밤게'라 부른다)가 들어간 해물시래기탕에 있다. 다른 곳 같으면 닭볶음탕과 해물탕 두 가지를 주문했을 때나 볼 수 있는 양과 비주얼(visual·외양)이다. 그래서 백반이라 부르지 않고 '백년정식'이라 부른다. 남은 음식은 손님들에게 싸가기를 권한다. 닭볶음탕이나 해물시래기탕은 비닐가방에 담을 수 없어서 용기 준비는 손님들 몫이다. 음식 재료는 인근 구역전에서 열리는 새벽시장(일명 '도깨비시장')에서 구입한다. 닭볶음탕에는 냉장 닭을, 꽃게는 생물을 쓴다.
군산 대부분의 가게가 그렇듯 배복순 씨(51) 부부가 직접 홀과 주방을 오가며 원가 절감에 힘쓰고 있다. 위에 소개한 두 곳은 잔반을 재활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무조건 버리는 것도 경제적 손실이며,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이다. 환경부는 지난 설에 남은 음식을 활용한 요리법 등을 담은 '그린레시피북'을 발간했다. 환경교육포털(www.keep.go.kr)에 들르면 환경 문제부터 잔반을 이용한 요리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 광장식당
▲ 메뉴: 백반 6000원
▲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일요일·공휴일 휴무)
▲ 위치: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601-1(전주시청 광장 앞)
▲ 전화: 063-282-3641
◆ 백년삼계탕
▲ 메뉴: 삼계탕 1만2000원, 백년정식 7000원
▲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 위치:군산시 미원동 184(정다방 옆)
▲ 전화: 063-445-7693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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