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에는 한옥이 없다(?)'
전통문화특구에서 전주 한옥마을로 바뀐 지 10주년을 맞으면서 깬 편견 중 하나가 전통주택과 현대주택의 이분법이다. 낡고, 촌스럽고, 불편한 것으로 여겨졌던 한옥이 고풍스럽고, 쾌적하면서도 살기 좋은 공간으로 인식이 전환됐다. 하지만 100년이 넘은 고택 학인당, 전주 최씨 종대 등을 제외하면 한옥마을이 조성되는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한옥들이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주시는 지난해 '新 한옥플랜'을 골자로 새 공공건물을 한옥형태로 짓고, 새 택지개발지구마다 한옥단지를 두면서 도시 근교형 한옥마을 조성 계획을 밝힘으로써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 할 소지가 커졌다. 도시 근교형 한옥마을은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는 있으나, 한옥마을 위상에 걸맞는 한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옥마을의 상업화를 억제하기 보다는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특히 근대 호남 유학의 맥을 지킨 금재(欽齋)·고재(顧齋)·유재(裕齋) 등 삼재의 '선비정신'의 중요성은 간과된 채 개발된 만큼 삼재의 삶과 정신의 재조명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 함한희 전북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조선말에서 일제초기까지 전주 교동은 전국적으로도 유래가 없을 만큼 선비들이 운집한 곳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책에서 홀대를 받았다"며 "내년이면 탄생 400주년이 되는 전라감사 목산 이기경을 비롯해 김경안 · 박성당·이주필 선생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통문화중심도시계획에서 간과됐던 전통문화 체험·교육·연수의 경쟁력도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전주시가 소리·부채·목판 문화관을 지으면서 '전통문화 체험·연수 1번지'를 지향하고 있으나, 전주 한옥마을만의 체험·교육·연수 프로그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시도 전주술박물관 관장은 "지금 있는 체험도 제대로 못 느끼고 가는 이들이 상당수"라며 "한옥마을은 대규모 뜨내기 관광객들을 상대하기 보다는 소규모 양질의 프로그램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공하는 데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전주 한옥마을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단과 같은 산·학·민·관 통합 추진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기 쉬운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문화전문가들의 생산적인 담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유대수 문화연구창 대표는 "전주시가 한옥마을 내 문화시설을 민간위탁하면서 문화시설이 상호연합체가 되기 보다는 각개약진하는 상황이 됐다"며 "통합 추진체가 새로운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 시점에서 변화를 주도해나가는 중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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