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단계가 간소화되려면 수많은 영화에 출연한 케빈 베이컨처럼 큰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물류에서 이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거점(hub)이다. 항공사들은 거점 공항 중심의 항로 개발을 통해 한정된 직항로 수를 갖고도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지역으로 운항한다. 거점(hub)-바퀴살(spoke) 방식에서 각 지역의 물건은 일단 거점으로 간 후, 그 거점에서 다른 거점으로 보내진 후, 다시 개별 지역으로 수송된다. 모든 지역은 거점에서 바퀴살로 연결되기 때문에 한정된 연결로를 갖고도 많은 개별 지역에 연결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거점 중심 방식은 지역 간 연결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수도권 거점과 지방 거점을 각각 하나씩 운영하는 물류회사에서는 서울에서 춘천으로 물건을 운송할 때 대전을 경유할 때가 많다. 한 시간 거리를 네 시간 거리로 만드는 연결이다.
특히 지방과 지방은 직접 연결되지 못하고 서울을 매개로 연결되는 경향이 강하다. 춘천에서 부산으로 갈 때 거리상으론 중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깝지만, 시간상으론 서울을 경유해서 KTX나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지름길이다. 우리의 서울은 남한 전체의 지도상으론 서북쪽에 치우친 변방임에 분명하나, 연결 지도에 있어서는 중심이다.
연결 단계가 거점을 통해 간소화되면 될수록 거점과 주변 간의 불평등은 심화된다. 세상이 연결되면 되면 될수록 그 연결고리에 있는 사람들의 영향력만 커지지 연결고리에 없는 사람들은 주변에 머무르기가 쉽다.
이에 비해 비(非)하드웨어 연결에서는 서울이라고 해서 구조적으로 지방보다 반드시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연결당 비용이 추가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데에서나 아무데로 연결할 수 있고, 오프라인 식의 거점이 필수적이지도 않다. 거점을 통하지 않고 지방에서 지방으로 바로 연결하는 L2L(로컬-투-로컬)은 연결에 따른 추가 비용 없이 연결 단계를 축소시켜 효율적일 수 있다.
지금 이 글은 한국지방신문협회 가입 전국 지방신문의 지면에 동시에 게재된다고 한다. 필자조차 그런 L2L 연결이 있었는지 몰랐다. 옆 동네라도 길이 없으면 서울을 둘러가야 하고, 사람들이 다니면 없던 길도 생기며, 사람들이 다니지 않으면 있던 길도 폐쇄된다. 여론의 길도 마찬가지이다. L2L의 여론 교류는 진정한 지방 발전에 필수적이다.
대한민국 지방의 문제는 지방끼리 매우 유사하다. 고민과 해결책도 유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서울 타도를 부르짖는 것은 결코 도움 되지 않는다. 서울이 죽어야 지방이 산다고 부르짖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 결과는 그 집단의 권력획득이었지, 지방 전체에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서울도 사람이 사는 지방 가운데 하나이다. 서울을 포함한 여러 지방들이 배타적이지 않은 협력으로 윈-윈 할 수 있다. 지방분권이 잘 된 외국의 경우, 각종 물류의 거점들이 있지만 거점이 아니라고 해서 낮은 수준의 복리를 받는 것은 아니다.
현행 헌법상 국회의원 선거가 4년마다, 대통령 선거는 5년마다 실시되고 있다. 두 중요 선거가 함께 있는 해는 20년에 한 번에 불과하다. 올해가 바로 그런 해이다. 두 중요 선거를 앞두고 지역마다 선심성 그리고 선동성 언행들이 난무할 것이다. 다른 지역 사정을 모르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선심과 선동이 통할 수 있다. L2L 증대는 그러한 선동을 억제시키고 동시에 지역 간 불평등을 방지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활성화된 L2L은 공정한 경쟁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 김재한 교수는 서울대와 동 대학원 정치학석사, 미국 로체스터대 정치학박사를 거쳐 DMZ 학술원 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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