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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적었으나 청중은 행복했다

클나무 필하모닉 정기연주회, 유망 신인 연주자 발굴 시리즈 1

▲ 지난 1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클나무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제29회 정기연주회이자 '유망 신인 연주자 발굴 시리즈'에서 신가연씨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사진작가 곽풍영씨
클나무필하모닉오케스트라(단장 은희천·이하 클나무)는 초대권을 뿌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최초로 월급을 지급하는 민간 오케스트라지만, 당장 성과를 내려고 표를 사서 뿌리거나 초대권을 돌릴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매년 15회 이상 연주회를 진행하는 동안 티켓 판매금은 최다 900여 만원, 최저 80여 만원에 그치는 등 흥행 부침에 시달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난 10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클나무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제29회 정기연주회이자 '유망 신인 연주자 발굴 시리즈'. 지역과 연고가 있는 신인 연주자 발굴을 위한 첫 기획 무대로 기대를 모았으나, 역시 객석은 상당히 비어 있었다. 하지만 공연이 막을 내릴 무렵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클나무가 선택한 곡은 베토벤의 마지막 오페라 곡'피델리오'의 서곡, 세련되고 아름다운 선율로 장식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 단조, 숭고한 분위기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교향곡 5번'종교개혁'. 베토벤의 '피델리오'의 서곡에서 관악기 파트의 음량이 균질하게 제어되지 않아 불안하게 시작한 것은 옥의 티였다.

 

그러나 전주예고를 졸업한 뒤 독일 함부르크 국립 음대에 재학 중인 신가연씨가 협연자로 나서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주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훌륭히 소화했다. 멘델스존의 낭만과 정열, 서정이 골고루 녹아있는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신씨의 당당하게 전진하는 활 놀림이 직선으로 뻗어나갈 땐, 오케스트라는 둥근 곡선의 울림으로 바이올린을 감쌌다. 클나무는 또랑또랑한 음색으로 바이올린을 따라붙다가 짐짓 여유로운 숨을 불어넣으면서 완급을 조절했다. 종교음악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멘델스존의 교향곡 5번'종교개혁'은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드러냈던 이전 곡과는 전혀 다른 장엄하고 웅장한 선율로 지친 이들을 위한 비타민을 주는 것 같았다.

 

말미에 앵콜이 터져 나오자 지휘봉을 든 유수영씨는 작은 꽃다발을 들고 무대로 나왔다. 그는 혹시 이달에 결혼을 할 예정인 관람객이 있는지 물었다. 그 때 한 커플이 손을 번쩍 들었다. 부부가 될 예정인 이들 커플은 클나무가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결혼 행진곡을 깜짝 선물로 받았다.

 

한 번의 공연으로 클나무 실력이 도내 최고라고 단언할 순 없겠지만,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무대였음은 분명하다. 다음 공연에 객석이 꽉 찰 수 있게 지인들을 한 명씩 더 대동해달라는 지휘자의 부탁에 응하고픈 이유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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