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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色 현악기가 빚어내는 내면의 울림

이준복 32회 작곡 발표회…이번엔 현악 4중주

현악 4중주는 '클래식 감상의 종착역'으로 불린다. 누구라도 결국엔 현악 4중주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를 바로 곁에서 둘러싸고 있는 악기군만 봐도 짐작할 수가 있다. 악장이 이끄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 비올라와 첼로를 압축하면 그대로 현악 4중주의 편성이기도 하다.

 

지역에 현악 4중주 단체가 거의 없다 보니 이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 저지선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호기가 필요할 때가 있는 법. 이준복 전북대 음악학과 교수(62)가 여는 서른두번 째 작곡 발표회는 현악 4중주로 장식한다.

 

직구로 정면 승부를 벌였던 그가 이번엔 약간 욕심을 덜었다. 총 4곡 중 2곡만 난해한 편이다. 그러나 영 마음에 내키진 않은지 "내가 관객들을 위해 아부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쉬운 곡만 소화하려는 기존 클래식계에 대한 반발로 읽히는 이 답변은 작곡 발표회를 통해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해왔던 데 대한 비장한 심장으로 읽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모로 애착이 깊은 무대다. '현악 4중주와 베이스를 위한 전북대학교 병원에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파도에 휘말렸을 때 인간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관한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곡.

 

"아내가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던 때가 있었어요.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실에 올라가는데, '2층입니다', '3층입니다'하는 안내 멘트가 어찌나 차갑게 느껴지던지…. 그 때 언젠가 이 경험을 곡으로 써보자 했습니다."

 

당시 8층짜리 병원의 엘리베이터가 9층까지 올라가는 설정. 엘리베이터 효과음을 연출하는 테너는 9층에서 어떤 멘트를 날려줄까. 마지막 반전 현악 4중주 5번은 관람객들에게 감정의 불완전 연소를 경험하게 해준다. 예상하고 있겠지만, 역시 난해하기 때문. 그마저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들에게 박수를 청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 제32회 이준복 작곡 발표회'현악 4중주의 밤' = 30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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