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바다 한가운데 몇 개의 돌들로 이루어진 이 섬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흥분하는 시간이 바로 '독도의 시간'이다. 이 시간이 되면 콘플레이크 공장에서 세제를 만드는 회사 직원까지, 전 국민이 자동차 뒷유리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써 붙이고 달린다.
90년 중반 한국에 온 이후 여러차례 경험한 시간이다. 그때마다 일본의 억지 주장에 격렬한 분노를 느끼곤 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국내 정치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독도의 시간'이 인터넷상의 팝업창처럼 뜨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지금도 별다를 바가 없다. 대통령의 형님이 감옥에 가고 최측근 인사들이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야당 역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갖가지 내부 갈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한국의 정치 현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이럴 때 제대로 쓸 수 있는 조커는 무엇일까. 슬며시 독도 카드를 내밀어 부정과 부패 또는 무능한 정치가들에 대한 분노를 밖으로 향하게 한다. 독도 카드의 힘은 언제나 강력하다. 내미는 즉시 전 국민이 뛰어 들 수 있는 분노의 집합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일본과 경쟁하는 제조업체들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슬로건으로 애국심을 건드리며 사실상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부추긴다. 이는 너무나 예측이 가능하고 저급한 일일 수밖에 없다.
독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확실히 일본과의 관계는 멀어진다. 식민지 시절의 부정적인 이슈도 불거진다. 과거사에 대한 사죄 요구 등이 수면으로 떠오른다.
아마도 한국 정치가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일본의 완전한 사과일는지도 모른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억지 주장을 철회하고 위안부에게 저지른 만행을 완전히 인정하고 사죄와 보상을 한다면 말이다. 아마 한국 정치인에겐 악몽과도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나의 이런 의견이 지나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얘기에 동감을 갖는 한국인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일본이 사과를 한다 해도 많은 한국인들이 결코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단순히 일본을 미워해서가 아니다. 영화에서도 이야기를 꾸미려면 악당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내가 독일인이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알고 있다.
다시 독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몇 년 전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였다. 독도가 한국 땅임이 100% 확실한지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당연히 모두가 독도는 우리 땅임이 100% 확실하다고 대답했다. 두 번째 질문으로 일본이 독도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갑자기 조용해졌다. 20명이 넘는 학생들 중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절대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한국 사람들이 정치가들이나 언론의 주장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무분별하게 끌려다닐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하는 말이다. 무슨 일이든 논란이 있을 때에는 한쪽 이야기만 듣고는 절대로 정답을 낼 수가 없다.
이 이슈에 대해 누군가는 솔직해야 한다. 독도 주변은 어획량이 많다. 바다 밑에는 잠재적인 기름과 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보물 창고이다. 만약 독도 주변에 그런 보물이 없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아마도 독도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그저 영해를 넓힐 수 있는 바위섬에 불과했을 것이다. 결국은 돈 문제다. 독도 문제에 대해 적어도 누군가는 애국심 등으로 가리지 않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이 무식한 외국인이 두들겨 맞을 각오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뉴욕 타임스에 광고를 하고 타임스퀘어에서 사인 보드로 독도 이슈를 올리는 것이 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어떤 물건의 소유권을 놓고 큰소리로 싸움이 났다고 하자. 구경꾼은 누가 그 물건의 소유자라고 생각할까. 과연 목소리가 크다고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싸움을 들여다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최소한 독도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은 일본의 주장을 무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태도가 아닐까? 그렇다면 항상 반복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그것이 한국 정치인들, 그리고 어쩌면 전체 한국인의 정신을 위해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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