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당(이사장 정웅기)이 20년 넘게 이어온 '전라도의 춤과 전라도의 가락'은 역사의 질곡을 담아낸 전라도의 몸짓이며, 곰삭은 혼으로 관객의 애환을 달래는 가락이다. 긴 호흡의 춤사위와 엇가락 타는 멋을 간직한 '전라도의 춤'을 이뤄놓은 최선 선생은 춤으로써 자신의 삶을 응축했다.
최선 선생의 맥을 잇는 호남살풀이춤보존회의 '전북 춤 명무전'(6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과 (사)마당의 '전라도의 춤과 전라도의 가락 - 대를 잇다'(7일 오후 7시 전주 전통문화관 한벽극장)를 통해 대를 잇는 예술혼을 만나보자.
△전북 춤 명무전=삶이 춤이었고 춤이 삶이었다
춤에 홀딱 빠진 열 여섯의 최선(본명 최정철)은 막무가내로 국악단에 들어갔다.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다가 가설무대가 세워지면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췄다. 막이 내리고 무대 세트와 한묶음으로 트럭에 실려 마을을 빠져오는 날, 너무 배고픈 나머지 배우들의 뒤통수가 다 빵으로 보였다. 그러나 춤이 좋아 눈물 겨운 빵을 먹으면서도 전북 춤의 뿌리를 내리고 일가를 이뤄냈다.
암수술과 뇌경색을 딛고 일어선 그가 팔순을 앞두고 제자들을 불러 모아 '전북의 춤 명무전'을 연다. 이날 출연하는 채상묵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 교수, 장인숙 널마루무용단 단장, 문정근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장, 이길주 원광대 교수 등은 다들 초등학교·중학교 때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에게 와서 무용을 익혔던 제자들.
1부에선 그의 가르침을 받았던, 그러나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제자들이 동초수건춤·부채춤·한량무·태평무·승무 등을 장식한다. 호남살풀이춤을 다룬 2부에선 최선 선생이 직접 선다. 공연을 앞두고 그는 "무대에서 뒹굴고 뛰는 게 전부가 아니라 묵묵히 걸어만 가도 춤이 된다"고 했다. 춤은 몸 안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내 춤이 최고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냥 늙은이가 하는 일이니까, 열심히 하는구나 하고 봐주면 돼!" 자존심 보다는 다시 춤을 출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는 그는 "무대에서 춤을 추다 죽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은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기 때문에 '마지막 날'도 미뤄뒀다며 웃었다.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 대를 잇는 젊은 국악
흔히 '예술은 핏줄을 타고 흐른다'고 하지만, 옛 춤이나 가락을 유독 일가족이 함께 하는 '예가'(藝家)가 많다. 전라도의 숨은 명인을 발굴하고 잊혀져가는 전통을 보존해온 '전라도의 춤과 전라도의 가락'이 준비한 스물한 번째 공연'대를 잇다'는 명인의 아들·딸 혹은 계승자를 집중 조명한다.
김귀자(가야금) 김도현(아쟁) 이명훈(부포춤) 장문희(판소리) 정경희(민살풀이춤)가 그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짊어지고자 나섰다. 3대 째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를 이어오는 김귀자는 성금연 명인의 외손녀이자 지성자 명인(전북무형문화재 제40호)의 딸. 역시 김일구 김영자 명창 부부의 아들인 김도현은 '김일구류 아쟁산조'를 연주한다. 판소리에 담긴 인생의 희로애락이 얹어져 눈물을 '쏙' 빼놓을 듯.
고창농악의 산증인이었던 故 황규언 명인의 뒤를 잇는 이명훈 고창농악보존회장은 '업계 선배'인 원로들을 깍듯이 모시며 소리와 가락, 몸짓을 배웠다. 평생 고창농악을 지켜온 어른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고창농악'을 정리해낸 기특한 제자.
스물아홉의 장문희 명창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2004)에서 최고점을 받고 장원을 했을 때 송순섭 명창은 "대어를 낚았다"고 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소리의 공력. 김연수 오정숙 이일주로 내려오는 계보를 물려받은 장씨는 허공을 가르는듯한 힘차고 짱짱한 목소리로 동초제 판소리를 들려준다.
민살풀이춤의 최고수로 통하는 조갑녀·장금도 명인. 민살풀이춤은 살풀이 장단에 명주 수건을 들지 않고 추는 즉흥 춤이다. 멸종 위기의 춤을 부여잡고 있는 조갑녀 명인의 딸 정경희가 무대에 오른다. 한쪽 팔을 든 채 조금씩 회전하고, 손목과 팔꿈치를 살짝 비트는 맵시까지 다 춤이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