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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억과 망각…슬퍼서 아름다운 몸짓

강명선 현대무용단 '사랑아! 레테의 강' 24일 소리문화의전당

 
 

"감수성이 다 말라버린 것 같아요."

 

지난 16일 더 마른 얼굴로 나타난 현대무용가 강명선(43)씨는 "이번 공연이 부쩍 힘들었다"고 투덜댔다. 남자 무용수가 돌연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막판에 남자 무용수를 교체시키느라 힘을 뺐고, 결혼 이후 심심해진 마음에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아서였다. 무대를 준비할 때마다 펑펑 눈물을 쏟으며 한참을 앓아야 했던 그로서는 이런 상황이 낯설기만 했다. "예술가는 철이 들면 안되는데, 결혼한 뒤 그걸 알아버린 것 같다"는 행복한 하소연이 이어졌다.

 

결혼이 안겨준 선물도 있었다. 사랑을 주제로 작품을 올려오던 그가 적당한 부제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을 무렵 남편 이태호씨가 '레테의 강'을 제안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망각의 강'은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경계의 강. 죽음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두 남녀가 저승의 강을 건너면서 마신 강물로 인해 전생의 기억을 다 잊게 되는 '사랑아! 레테의 강'은 느릿느릿 처연한 춤 속에서 폭발하는 사랑의 몸짓을 찾았다. 어떤 사랑은 슬픔·비탄·집착·질투가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디어아티스트 탁영환 정상용의 영상이 완성도를 높인다.

 

강명선 현대무용단 단원인 고현정 송주은 이윤희 강소영 김신주 국민희 엄소라 노우리씨와 안영준(PDPC 대표) 박시한(Dance Company 정단원) 정수동(아지드 현대무용단 정단원) 최낙원(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씨가 호흡을 맞춘 이들의 사랑의 드라마는 일직선으로 돌진해온다.

 

강씨는 "이번 무대를 기점으로 지옥의 강 시리즈를 계속해볼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러나 가슴을 젖게 하는 강명선 현대무용단의 몸짓은 슬퍼서 특히 더 아름답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 강명선 현대무용단 '사랑아! 레테의 강' = 24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문의 063)275-6865. cafe.daum.net/ badawanabi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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