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공연의 성공은 적은 예산(3000만원·20회)으로 100~300명 관람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 공연에 있었다. 단순히 국악 관현악 혹은 창작 판소리를 들려주는 공연이 아닌, 국악의 이해도가 전혀 없는 이들을 위한 눈높이 설명을 곁들인 '렉쳐 콘서트'로 변신하면서 객석의 호응도가 부쩍 높아졌던 것.
이날 초대 손님 왕기석 명창(국립창극단 단원) 역시 렉쳐 콘서트를 적극 즐기며 객석의 추임새를 자연스레 이끌어냈다. "서구식 무대로 객석이 멀어져 안타까웠는데, 관람객들과 막걸리 한 잔 걸치는 그런 무대가 그리웠다"면서 운을 띄운 왕 명창은 단가로 목을 풀고, 창작 판소리'녹두장군 비빔밥전'을 들려주기 전 관람객들에게 일부 대목을 가르쳤다. 대구 인천 천안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 왕 명창 앞에서 이날 배운 짤막한 소리를 한 뒤 창작 판소리가 담긴 CD를 받게 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제서야 왕 명창은 "나에게 판소리는 언제나 한 방"이라면서 "내가 지금 이 순간 여러분들의 눈과 귀를 붙들어놓지 못한다면, 판소리는 언제까지나 지루하고 딱딱한 것이라 여겨 멀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왕 명창의 심청가의 심봉사 눈 뜨는 대목. 왕 명창이 수천 번도 더 해봤을 부분이나, 감기로 소리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소리를 처음 접해본 관람객들마저도 "심봉사가 눈 뜰 때 정말 울컥했다"는 말이 나오게 할 정도로 왕 명창은 열연했다. 깜짝 등장한 소설가 이병천(전주MBC PD)씨는 '녹두장군 비빔밥전'을 작사한 앞뒤 사연을 들려줘 창작 판소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이근영 삼도헌 운영팀장은 "해가 빨리 지고 추워서 실내에 들어가고 싶은 겨울에 공연을 끝내게 돼 아쉽다"면서 "오히려 문화예술인들이 공연을 많이 올리는 성수기를 제외한 비수기(여름·겨울)를 노려 관광객들을 공략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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