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예술인 복지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 355억 중 70억으로 크게 줄어 법 제정 효과가 의문시되는 데다, 4대 보험 중 산재보험만 통과되고 예술인 기준마저도 모호해 '반쪽짜리 법안'도 안 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고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제정됐으며, 지난 6월 시행령이 국무회를 통과하면서 법 제정 1년 만에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출범하고, 국가와 자치단체가 예술인의 복지 증진에 관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하며, 예산의 범위 내에서 여러 가지 예술인 복지지원 정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그러나 당장 내년 예산에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는 예술인 규모를 파악하고 지원해야 할 '예술인 복지재단'(이사장 김주영)의 기금 200억을 비롯해 예술인 취업 지원과 창작지원금 예산마저 대폭 삭감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예산 70억 중 40억원을 들여 1500명에게 취업 지원 교육을 받게 하고, 창작지원금 30억으로 900명에게 나눠줘야 한다. 전국 예술인 수를 53만명으로 추산할 때 단순 계산으로 예술인 1인당 1만3000원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게다가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인 4대 보험중 산재보험 혜택 밖에 받을 수 없게 됐다. 공연·영상 분야 임시 고용직 등 5만7700명만 제한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사업주가 보험료를 납부하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예술가는 고용주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산재 보험료 또한 100% 본인 부담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예술인 취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사실상 고용보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국내 문화예술인 62.8%가 월수입 100만 원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여기에 '예술인 복지법 시행령·시행규칙'에 제시된 느슨한 예술인 기준은 일찍부터 논란이 됐다. 시행령에 따르면 예술 활동 실적, 예술 활동 소득(연간 120만 원 이상), 저작권 등록 실적 등 4개 기준 가운데 하나만 충족돼도 예술인으로 등재될 수 있다. 문제는 '예술인'과 '예술활동을 하는 아마추어'를 어떻게 분간하느냐는 것. 문학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5편 이상 문학 작품 혹은 문학 비평을 문예지에 발표한 실적'이 있거나 '같은 기간 1권 이상의 문학 작품집 혹은 비평집을 출간한 실적'을 근거로 한다. 이에 대해 문인들은 "문예지 수준도 천차만별이고 거기에 따른 작품의 질도 제각각인데, 이걸 어떻게 판별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음악·무용·연극·영화·연예 등 기타 예술 분야 역시 마찬가지. 최근 3년간 3편 이상의 출연이나 1회 이상의 연출(안무·작곡·출반)로 예술인임을 증명할 수 있다. 즉, 길거리 무료 공연을 3년간 3회 이상 해도 누구나 예술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듯 모호한 규정 때문에 전북도 역시 예술인 복지법 관련한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는 일단 예술인 규모를 파악하고 느슨한 예술인 규정을 다듬기 위한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은 "물론 정부가 예술인을 꼭 지원해줘야 하느냐의 논란은 있을 수 있으나,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정부도 예술인 복지에 신경 쓰고 있다.'는 면피용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전북도가 지역 예술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예술인 규모를 파악해 관련 논의를 선점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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