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느 때 오시렵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 마냥 기다려 온
화석이 될 것 같은 애태움으로
몇 천 년, 몇 억 년쯤 되었습니다.
천 년 고도 전주 옛 마을을
아주 잊지 않고 계시는지요,
구름이 써놓고 간 시 한 편
그냥저냥 풍경으로 흐르고 있지요.
언젠가 주신 뜻 마음에 새겨
사무치는 정 하루를 청해 봅니다,
고운 님 고운 눈 열고 어서 오시어요
고운 님 고운 맘 열면 내 맘 꽃필 텐데
오시는 날, 전주 한정식을 준비하고
작은 선물로는 전주 한지 한 권
합죽선에 홍매 한 폭이면 반길지
새벽이슬 '연지못'연꽃바람 품어보셔요,
그려보는 얼굴, 설렘으로 온밤 뒤척이고
오시려나, 오시려나, 선홍빛 그리움 안고
오색 낙엽 계절 어디쯤 밟아 오시는지
희눈 대지 덮은 듯 소식 까마득하여
잊었을까, 내 이름도 하얗게 지워졌을까
그러나 울지 않아요, 인기척 끊겨 오래지만
언젠가 그 눈빛에 피던 무언의 약속처럼
좋은 느낌 하나, 그 힘으로 기다려 삽니다.
△황영순 시인은 1984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한같이 그리움같이'등 5권의 시집을 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