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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고택-김여울

이끼서린 기왓골은 말씀이 없어도

숱한 세월 잉태를 하고 있는 언어들 

켜켜이 쌓이고 쌓인 그 내력이 속 깊다

 

드높은 용마루를 마주하고 섰노니

어디서 나는지 밭은기침 호령소리

앗 뜨거, 제물에 놀라 주눅 든 듯 뒷걸음 

 

△ 오래된 기와집을 보는 시적 자아는 “말씀이 없”는 기왓골에서 한 말씀 듣는다. 오래된 기와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말씀은 없어도” “어디서 나는지 밭은기침 호령소리”가 들린다. 시적 화자는 “제물에 놀라 주눅 든 듯 뒷걸음”을 놓는다.

유유자적하며 사는 산촌 생활은 자칫하면 겉멋이나 나태가 스며들 수도 있다. 아무리 잡아매도 마음의 끈은 성글어질 수도 있다. 이런 시적 화자의 마음 상태를 다잡는 도구는 가르치려는 스승도 아니고 쏟아져나오는 종교적 사설도 아니다. 동네의 고택이 용마루를 높이하고 떠받들고 있는 낡은 기와다.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더 힘이 세다.<김제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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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기와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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