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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내

▲ 이문근
아침마다

 

구운 커피열매 한줌

 

파쇄기에 넣고

 

뻑뻑한 손잡이를 돌린다

 

돌릴 때마다

 

톱니바퀴에 걸려

 

존재를 마감하는 열매들

 

한 올 한 올

 

부서지고 깨어져 가루 되는

 

까만 짓이김의 느낌

 

손끝에 전해져 올 때

 

지난 저녁

 

비겁한 관대와

 

무능한 용서를 후회하며

 

오늘 저녁

 

비겁한 자학과

 

무식한 질타를 요구하며

 

오늘 이 하루

 

소리 죽여

 

새까만 하루를 맞이한다

 

*이문근 시인은 2009년'시선'으로 등단. 시집 '봄이 오는 까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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