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이 발부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경찰 수배를 피해 성탄전야인 24일 밤 다른 노조원들과 함께 조계사에 들어와 은신하고 있다.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을 이끈 노조 지도부의 2인자가 공권력이 쉽사리 행사되기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장소를 택해 '불교 성지'로 숨어든 것이다.
조계사에 들어간 직후 철도 노조원으로 보이는 인물이 조계사로 들어갔다는 첩보가 경찰 정보망에 걸렸고 이내 언론사에도 익명의 제보자가 박 수석부위원장의 조계사 '입성' 사실을 알려 그의 소재는 금세 일반에 공개된 상황이다.
형식은 피신이었지만 경찰이 그토록 찾던 자신의 위치를 의도적으로 세상에 알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25일 조계사를 찾은 정의당 박원석 의원을 통해 정치권과 종교계 등이 대화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파업 장기화로 노·정 간 불신이 극에 달하고 국민 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에 서 나름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철도노조가 그렇다고 정부측에 '대화하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당장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 서 "파업 대오에 흔들림이 없으며 투쟁은 계속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수석부위원장의 조계사 은신과 철도노조의 강경 기조 재확인 천명이 같은 날거의 동시에 터져 나온 것은 철도노조의 강온 양면 전략이 반영된 다목적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조측은 파업사태에 대한 강성 기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정부에 대한 대화 촉구 메시지도 보낸 상태다.
박 수석부위원장의 조계사 은신을 통해 대화의 절박성을 노출하고 국민 지지를 끌어내 보려는 여론전 성격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철도노조 지도부 중 유일하게 박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에 들어가 '정부 측과의 대화'를 요구한 데는 그가 경찰에 연행되더라도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건재한 이상 파업 대오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다.
결국 대국민 여론전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파업 전선에도 아무런 하자가 없도록 하는 철도노조의 양면 전술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노조 백성곤 홍보팀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도부가 체포된다고 해도 2차지도부와 비상대책위 등을 통해 파업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본부 진입 작전에 실패했던 경찰로선 이번에도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무능 경찰'이란 멍에를 덮어쓴 경찰은 코앞에 등장한 박 수석부위원장을 반드시 검거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계종 본산인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002년에는 경찰이 조계사 법당까지 들어가 농성 중이던 발전노조원을 체포하다 심한 반발에 휘말려 서울경찰청장이 사과하기도 했다.
설사 박 수석부위원장을 검거하더라도 위원장이 건재한데다 종교시설 강제 진입에 따른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어 경찰은 공권력 투입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경찰은 일단 조계사 출입구에 경력을 배치해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박 수석부위원장이 외부로 빠져나갈 경우 즉각 체포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최소한 조계사 밖으로는 그를 내보내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계사 경내에 대한 공권력 집행은 꺼내기 매우 어려운 카드"라며 난감한 상황임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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