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드레스 코드(dress code, 복장 규정)는 털이었다. 모자, 조끼, 브로치 등 뭐든지 걸칠 수 있는 것에 털이 있어야 했다. 연말 색다른 송년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26일 찾은 전주시 인후동 인후문화의 집 2층에는 오후 8시가 되자 첫 번째 청년네트워크파티의 참석자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털을 보여준 뒤, 바로 다음 차례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음료 대접을 받고서야 ‘파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혹자는 전주천에서 꺾은 갈대를 털로 입증하는가 하면, 산타 복장으로 입장한 참석자도 눈에 띄었다.
규칙은 또 있었다. 오후 9시까지는 문 앞에서 고른 컵과 같은 색깔을 가진 사람과만 대화가 가능했다. 다른 색깔의 컵을 가진 사람과는 몸으로만 말할 수 있었다. 삼삼오오 있어도 빨간컵을 지닌 사람끼리는 말로, 다른 색깔 컵의 사람과는 몸짓과 괴기스러운 음성으로 의사를 확인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날 60여명의 참석자는 얼굴을 익히자 가장 중요한 임무 수행에 돌입했다. 소녀시대, 무지개, 무한도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등 각자 역할과 다른 등장인물을 모아 기념 사진을 찍어야 했다. 백설공주는 난쟁이 1~7을 찾아 헤맸고, 무지개의 빨강은 주·노·초·파·남·보를 구해야 했다.
임무 수행이 마무리 되자 전주시립극단 정성구 기획실장의 사회로 게임을 통해 남은 한 사람을 놓고 진행하는 토크쇼가 진행됐다. 이어 이날 행사의 절정인 경품 추첨. 쿠키, 쌀, 라면, 담요 등 참석자들이 준비해간 선물을 모아 다시 번호표를 부여해 사회자가 뽑는 방식이었다.
레몬에이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절인 레몬, 탄산수 등을 선물로 가져온 권소연 씨(28·전주시 태평동)는 “보통 송년회는 같은 분야 사람들과 함께했는데 이런 송년회는 처음이다”며 “같이 온 친구만 빼고 모르는 사람었는데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지역 문화의집 관계자와 문화기획자 등이 문화일꾼들의 소통과 새로운 송년 문화를 창조하자는 대의에서 출발했다.
전주인후문화의 집 김현갑 관장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문화인의 교류와 수평적인 송년 문화를 시도했다”면서 “처음이라 미숙한 점도 있었지만 앞으로 청년네트워크를 분기별 모임으로 확장하는 기초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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