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태규 우석대 교수 | ||
1929년, 오래 된 어느 일간지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성난 한국인들이 삼례역 앞으로 모여들었다. 만주로 떠나간 한인들을 중국인들이 차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 있는 중국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삼례로 모여들어 삼례역 주변의 중국인 상가 앞에서 시위가 있었다.” 삼례에서 이 같은 시위가 있었다는 보도로 보아 당시에 상당수의 중국인들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삼례에는 꽤 많은 중국인들이 거주한다. 이들은 주로 우석대 학생들로 1000여 명에 이른다. 특히 삼례지역 성인 인구 구성으로 보면 10%가 넘는 숫자다.
대부분의 광역단체들은 새로운 지역개발 방법의 하나로 대중국특구를 추진하고 있다. 전북도 마찬가지로 새만금권을 대중국 관문으로 내세우며 대중국특구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구호만 거창할 뿐 관계된 지역 중 어느 한 곳도 실제 표본이 될 만한 모델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특구에 관한 과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접근 방법을 달리하거나 방향을 틀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중국인들을 부르려면 중국인들에게 익숙하고 편리하도록 사회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1차적인 조건이자 시작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삼례는 중국특구로 만들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우석대를 중심으로 그 주변을 중국교육문화특구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래의 사항들이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교육제도의 특화이다. 초·중학교에서는 중국어 교육시간을 지정하고, 중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보충한다. 그리고 삼례읍에서는 전국 초등학생 중국어 경연대회와 같은 대회를 개최하고, 중국유학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지역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중국유학생이 많은 지역이므로 군과 교육당국의 관심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중국어를 제일 잘하는 학생들이 사는 곳, 나아가서는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 삼례의 중국에 대한 발화점은 학생들이 될 것이다.
둘째, 중국인을 배려한 사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 보건의료에서부터 치안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전국 최초로 “중국인을 위한 조례”를 만들어서 중국인이 도움을 청했을 때, 어느 지역보다도 빨리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도가 있는 지역이 바로 삼례여야 한다.
셋째, 중국문화 상징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일명‘리틀차이나타운’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중국학생들에게는 식품점, 음식점 등 서비스시설이 필요하고, 중국풍의 숙박시설도 있으면 좋겠다. 또한 중국을 상징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든다거나 중국위인을 기릴 수 있는 시설물을 세우는 등 문화적으로 특화해야 한다. 특히 CHINESE ZONE이라 명명하여 중국어만으로 소통하는 공간이 생긴다면 실지로 중국어학원 등 유관 교육시설의 설립과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화시설이 들어찬 거리는 단순히 중국무늬의 옷을 입고 있는 상업시설만 즐비한 그런 피상적인 ‘차이나타운’과는 차원이 다른 공간과 거리가 될 것이다. 생활 속의 문화가 살아있어야만 비로소 실질적인 차이나타운의 형태를 갖출 수 있다.
넷째, 지역산업과의 결합이다. 중국과 관련된 특화산업을 찾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예를 들면 농업특화 같은 것이 있다. 지역농가에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청경채 등 중국인 수요가 많은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양국의 식문화교류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올 수 있는 농업특화산업은 단순한 중국농산물특화기지가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다양한 가치를 존중받는 중국음식 및 식품산업을 한국 내에서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식품산업기반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중국축제문화를 도입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날에 행사를 개최하면 자연적으로 중국인들이 모여들 것이다. 대부분의 전북 지자체는 중국 도시들과 자매결연 하고 있어서 자매도시 축제만 연결해도 한 달에 한번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공간과 축제가 만들어지면 삼례에는 한국 최초의 중국관광테마파크가 만들어지게 된다. 전북은 중국문화를 간직한 독특한 관광자원을 하나 더 얻게 되는 것이다. 특히 중국관광객들에게는 한국여행 중에도 중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인식되어 꼭 찾아 가고픈 이색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런 특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 초·중학교의 어학프로그램이나 리틀 차이나타운의 경영 및 축제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구가 완성되면 유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질도 높아지고, 생활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며, 그것은 다시 중국학생들을 한국으로 유인하는 데 순작용을 할 것이다. 또한 양국의 학생들이 문화와 사업을 공유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가 개발될 수 있다.
삼례는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되어 자연스럽게 대중국특구로서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생활하기에 가장 편리한 도시라야 투자하고 싶어지는 도시가 될 것이다. 중국은 이제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개념조차 모호한 투자유치형 대중국특구를 외치며 무한정 기다리는 시기가 이제는 아니다. 먼저 배려하고 함께 나누고자 터전을 마련하는 일, 이것이 손님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중국인들 스스로가 찾아오고 싶어지는 특별한 구역을 만드는 삼례, 삼례는 그 한 가지 플랜만으로도 전북을 현실적인 대중국특구사업의 무대 위에 올려놓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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