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거듭될수록 판소리 애호가에서 귀명창이 되고 있는 전주세계소리축제 김한 조직위원장. 그는 올해 소리축제에 대해 비교 음악제로의 성격을 강화하는 고품질의 무대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소리축제가 음악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는 역할을 도맡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말하는 올해 축제의 방향성을 들어봤다.
-올해 소리축제의 특징을 설명해주시죠.
“가장 큰 특징은 비교음악제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고 경기전 특설무대를 마련해 무료 공연의 질을 높였다는 점입니다. 우선 비교음악제는 우리 소리가 해외 음악과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 견주어 본질적으로는 우리 소리의 우수성과 차별화를 관람객이 인식하는데 있습니다. 이는 전주향교에서 펼쳐지는 ‘더블빌 공연’인데, 더블빌은 말 그대로 동시공연을 의미합니다.
국내 공연과 월드뮤직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고 관람객은 이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문화예술적 가치가 큰 통영시나위와 마리아포키아노브스카 오케스트라, 중국 생황의 거장 곽량과 ‘오성’팀, 아라익 바티키안&듀오사빌, 정가로 다양한 현대적 시도를 하는 문현 씨와 시알크앙상블이 한 무대를 펼칩니다. 이 모두 예술적 기량이 높은 공연입니다.
그리고 경기전 특설무대를 좀더 화려하고 웅장하게 만들어 관람객에게 다양한 수준 높은 무료공연을 제공합니다. 소리축제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고 도민뿐 아니라, 외부 관람객에게도 도내의 문화 수준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소리축제도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있을텐데요. 개막공연도 심청전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치유의 수단으로 소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사실 개막공연은 연초에 박재천 집행위원장이 이미 구상을 하고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가 있고 나서, 심청전에 등장하는 인당수나 물의 의미에 대해 좀 더 마음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매우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심청전이 안고 있는 본연의 메시지인 희생과 사랑, 부활 등 희망적인 이야기를 좀더 감동적이고 극적으로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더불어 우리에게 ‘소리’는 삶의 희로애락 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변을 둘러싼 생활 속 다양한 소리가 우리 삶을 지탱하고 구성하는 요소라고 한다면 소리축제가 전해드리는 ‘소리’는 바로 예술의 정수이자 문화적 자긍심의 확인입니다. 그를 통해 아픔을 위로받고, 희망과 열정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소리축제의 궁극적인 역할입니다. 개막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치유의 음악이 마련돼 있습니다.”
-축제장 곳곳을 찾아 공연을 관람하시는데 해마다 느끼는 소리의 맛이 다를 것 같습니다.
“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을 맡기 전부터 판소리를 매우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조직위원장 제안이 왔을 때에도 고민은 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판소리를 중심에 둔 축제라는 점에서 내심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특히 판소리 다섯바탕이나 산조의 밤은 반드시 시간을 내 관람합니다. 의무감이 아닌, 진심으로 축제를 즐기고 좋아하는 관객으로 무척 행복한 시간이고 좋은 추억입니다. 듣기 좋은 소리, 공력이 느껴지는 소리는 알아볼 수 있습니다. 성음이 풍부하고 연기를 잘 하는 소리꾼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런 취향이 생겼다는 점과 함께 추임새도 곧잘 넣는 편이니, 이만하면 귀명창으로서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년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공연은 무엇입니까?
“저는 판소리 다섯바탕과 젊은 판소리 다섯바탕, 산조의 밤 마니아입니다. 올해 명창은 지역에서 배출한 걸출한 분들로 대거 포진했고, 젊은판소리 다섯바탕은 신예 프리마돈나를 꿈꾸는 새로운 신진 소리꾼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무대입니다. 이 공연을 다 챙겨보고 싶은데 여건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산조의 밤은 프랑스 ‘샤를드크로’라는 음반사에서 제정하는 ‘월드뮤직상’을 수상한 거장들이 출연합니다. 김해숙, 이재화, 김영길 명인 등 해외에서 그 예술적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은 분들입니다. 올해는 장소도 전통문화연수원 동헌으로 옮기는데, 그 고즈넉함이 가을밤의 정취를 더 깊게 만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뒤 배운 판소리나 단가가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듣는 것은 좋아하지만, 실제로 판소리를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나 단가로는 가장 유명한 ‘사철가’ 정도는 꼭 배우고 싶습니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로 시작하는 사철가가 사계절에 우리의 삶을 빗댄 이야기여서인지, 마음에 들어오는 멋진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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