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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농악 테마파크 조성'과 전라북도

농악 변화·전파 주도해온 전북, 새 문화예술산업 테마 키워야

▲ 김익두 전북대 국문과 교수

우리민족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21세기 문화자산은 동아시아 무속사상에 근원한 이른바 ‘집단적 신명’이다. 이것을 근원으로 해서 우리 고유의 융합사상인 ‘풍류사상’이 전북의 칠보 ‘고현내’에 자리를 잡아, 이곳의 불우헌 정극인을 시작으로 해서 ‘호남가단’이 형성되어, ‘풍류문화가’ 호남 전 지역에 두루 충만하게 되고, 그것이 정읍 태인의 일재(一齋) 이항(李恒)을 거치고, 동학혁명을 지나, 근대 초기 정읍 이평의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에 의해 ‘해원·상생·대동’의 민중사상으로 현대화 되었다. 요즘 정치인들이 끄떡하면 ‘해원, 해원’ 하는 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저 아득한 원시시대의 ‘샤머니즘’ 사상에서 증산 강일순의 ‘해원사상’에 이르는, 전북의 사상사를 변죽울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만큼, 전북은 우리 민족 고유의 토착사상을 부단히 심화·확장해온, 우리 민족-사상-문화의 근원지이다.

 

그 중심에 ‘농악/풍물굿’이 있다. 그리고 그 농악의 중심에 ‘집단적 신명’이 있다. 우리 민족의 전통 민족정서를 두 가지로 압축하자면, 그것은 아마도 ‘정한’과 ‘신명’일 것이다. 이 두 정서를 민족정서의 양면으로 해서, 우리의 민족문화가 이루어지고 변화되면서, 오늘날의 국민가수 조용필에 이르기도 한다. ‘정한’을 ‘신명’으로 푸는 우리 민족의 가장 근원적이고 집단적이고 역동적인 전통 공연문화예술은 분명코 ‘농악/풍물굿’이다.

 

이 ‘농악/풍물굿’의 가장 오랜 역사적 전통을 우리는 우리 고을 ‘정읍’에서 발견하게 된다. 역사 기록들을 찾아보면, 정읍은 마한 50여개 부족국가들 중에 ‘초산도비리국’ 및 ‘고비리국’에 속하였고, 이곳에 ‘소도’의 ‘북과 방울’ 전통을 세운 이후, 삼국시대 백제노래 ‘정읍/정읍사’를 중심으로 한 ‘무고(舞鼓)’의 전통이 이루어져, 남북국시대를 거쳐, 고려시대에 궁중예술로 정착되고, 조선시대에는 이것이 ‘수제천’의 음악으로 계승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민간에서는, 근대 초기인 1920년대에 정읍에서 일어난 민중종교 ‘증산교/보천교’에서 ‘농악’을 종교음악으로 채택 중흥시킨 이후, 이른바 ‘정읍농악’이 우리 근현대 ‘농악’을 주도하기 시작하여, 우리나라 ‘농악’을 오늘날과 같은 ‘현대형’ 농악으로 변화시키는 데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뿐만 아니라, 정읍 출신 농악 명인들은 해방 이후 농악 교육의 최전방에 서서 국악예술고등학교, 국립국악원, 각 대학교, 여성농악단, 이틀엔젤스 등등, 수많은 교육기관 및 공연단체들의 농악교육을 주도적으로 담당해 왔다.

 

지난 해 12월, 우리의 농악/풍물굿이 드디어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 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이르렀다. 농악이 가지고 있는 ‘동아시아-한국적 집단 신명’은 앞으로 공연문화 면에서 21세기 동아시아 중심의 ‘네오-르네상스운동’의 중심 활력이 될 것이다. 이 농악은 남한 전 지역에 걸쳐 두루 퍼져 있지만, 지금까지의 능동적인 변화와 전파를 주도해온 지역은 아무래도 전북지역이라고 볼 수 있고, 그 중심에 ‘정읍농악’이 있다. 이런 이유로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전라북도만이 농악 분야 국가무형문화재를 2개나 가지고 있다.

 

‘농악/풍물굿’을 둘러싼 이러한 현황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1세기는, 신제국주의가 새로운 ‘냉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문화의 세기’로 전망되고 있고, 그 중심에 동아사아-한국이 있으며, 그 중심에 바로 호남이 있고, 그 중심에 전라북도가 있다. 문화의 세기를 이끌고 나아갈 공연문화예술의 핵심 활력은, 우리가 보기에는, 바로 ‘집단적 신명’이고, 이것을 추동하는 가장 중요한 전통 문화예술이 바로 ‘농악/풍물굿’이다. ‘농악/풍물굿’이 구현하고자 하는 이상세계는 바로 ‘풍류세상’이다.

 

이러한 비전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농악/풍물굿’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것을 새로운 문화예술산업의 지평에서 우리 지역의 새로운 문화예술산업 테마로 새롭게 ‘재활성화’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무엇일까. 우리는 이에 대해 ‘농악-테마파크’ 조성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자 한다. 이것은 무주에 조성한 ‘태권도공원’ 못지않은, 21세기형 문화예술산업의 테마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농악은 현재 우리나라 전통 공연예술 중에서 전 세계에 가장 넓고 깊이 전파 침투해 있는 공연예술이며, 이것이 가지고 있는 ‘집단적 신명’은 현재 ‘K-pop’의 근원적 활력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본다.

 

오늘날의 산업은 ‘문화산업’을 지향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지고 있고, ‘문화경제학’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한옥마을’ 하나 가지고 전북의 문화대안을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앞으로, ‘농악-테마 파크’를 중심으로 한 전북의 새로운 ‘문화기획’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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