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영역에서 시민의 소비를 확대하고 이를 위한 교육·기획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공적영역에서도 예술가가 창작활동을 지속하도록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같은 의견은 지난 29일 전북예술회관에서 전북나우아트페스티벌이 마련한 지정토론회에서 개진됐다. 이날 ‘미술시장의 자생성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심상용 동덕여대 교수(큐레이터과)가 ‘위대한 예술의 환상과 내일을 포용하는 시대정신’을 발제했다. 이어 이문수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의 사회로 강신동 (사)한국미술협회 전북도지회장, 김미진 전북도민일보 기자, 이길명 미술학 박사·조작가, 하유진 우진문화광간 큐레이터가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자들은 미술작품과 일반 소비자의 거리를 좁혀 이들을 애호가로, 나아가서 컬렉터(collector, 수집가)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길명 조각가는 “참된 작가정신만으로는 미술시장이 자생성을 갖추기 어려운 만큼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며 “도내 미술시장은 시장이기보다는 개인적 인맥이나 후원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민간 소비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시민의 ‘착한 소비’를 이끌어낼 예술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미술 관련 사회 교육프로그램도 검증이 필요하다”며 “공적영역에서는 장기적인 투자와 안목으로 신중하게 지원하고, 예술인 연금제도 등으로 기초 생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신동 회장은 작가에게 무게 중심을 뒀다.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공장이 돼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보해야 매매가 상승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형성한다”고 밝혔다.
하유진 우진문화공간 큐레이터는 작품 판매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과 제도를 역설했다. 그는 “미술품을 구입하고 싶은 수요자들은 가격 거품을 없애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며 “영국의 미술품구입지원정책처럼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되갚는 지원제도와 함께 신진작가를 위한 기획 프로그램 개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 큐레이터는 더불어 전북나우아트페스티벌에 대한 아쉬움도 더했다. 그는 “올해도 컬렉터가 빠진 듯한 느낌을 준다”며 “수요자의 입맛을 만족시킬 새로운 볼거리와 교육프로그램 등으로 관심을 구매 욕구로 잇는 기획, 홍보, 마케팅이 절실하다”고 짚었다.
김미진 기자도 “미술작품이 대중에게 외면받는 상황에서 애호가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며 “다른 분야와 융합한 제품 제작과 같이 작품을 다각화하고, 미술인도 정책에 관심을 지니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첨언했다.
이에 앞서 심상용 교수는 왜곡된 가격이 형성된 현대 미술시장을 비판하고 작가주의의 회복을 주문했다. 그는 해골에 801개의 다이아몬드를 붙여 유명세를 탄 데미안 허스트와 그가 속한 yBa(young British artists)를 예로 들며 작품의 질과 관계없이 높은 가격이 매겨지는 현상을 꼬집었다.
심 교수는 “예술이 화폐에 귀속돼 미적인 가치와 가격의 불일치가 나타났다”며 “미술 작품이 주식시장의 상품이 돼 예술과 화폐를 둘러싼 논의는 호환성을 둘러싸고 전개된다”고 진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심 교수는 역설적으로 “왜곡된 미술시장에 현혹되지 않는 작가정신의 발현”을 내놓았다.
아울러 그는 “예술영역은 성과주의나 과도한 시장성을 요구해서는 안 되는 분야인 만큼 지역 대학, 미술관 등에서 작가가 생존할 수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북나우아트페스티벌은 지난 28일 전북예술회관 입구에서 작은 무대를 만들어 개막식을 열었다. 심성희 작가가 행사의 성공과 참여자의 화합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대형 흰 천을 세워놓고 뒤에서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로 길을 지나던 시민과 버스 승객, 운전자 등의 시선을 잡았다. 행사는 다음달 1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전주 동문길과 한옥마을에서 전시, 체험 등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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