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더민주당 일당독주체제하에서 30년간을 살아온 전북의 현실정치가 참담하다. 박근혜정권이 인사와 예산 배정에서 전북을 그렇게 무시하고 차별해도 전북정치권이 무력감에 빠져 제대로 응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 진출 당시에는 참신해 의정활동을 잘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와서 보니까 이런 엉터리가 있을 수 없었다”면서 현역들의 무능함에 분통을 터뜨리는 도민이 많다. “친노의 눈치를 살피다 4년간 거수기 역할밖에 못했다”며 친노한테 줄서다 끝났다고 힐난한다.“당초 도의원 정도의 정치력밖에 안되는 사람들한테 큰 기대를 건 게 무리였다”며 “이렇게 존재감이 약한 의원들을 처음 봤다”는 사람도 있다. 전반적으로 현역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다. 20% 컷오프 안에 들어 있는 현역은 불출마 하는게 낫다고 말한다.
현재 전북정치권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올드 보이들이 귀환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다. 이들은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 안간힘을 기울인다. 전북정치가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이 약하다는 것을 핑계 삼아 현실 정치에 참여하려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한동안 일부 측근들로부터 출마 권유를 강하게 받았던 김완주 전지사가 출마를 완전히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과 본인을 위해 모처럼만에 잘한 것 같다. 지사 재임시절 공보다 과가 많다는 세평을 얻었지만 이번 결정은 지역을 위해 잘한 일이다. IMF 때 대통령 경제고문으로 환란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얻은 유종근 전지사가 전주 완산갑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 같다. 유 전지사에 대한 공과는 역사의 몫으로 치더라도 5년간 꼬박 옥살이로 도민에게 불명예를 안겨줬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큰 흠결이 된다. 본인이야 우국충정의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그의 경제전문성을 나랏일에 바치고 싶겠지만 도민이 그것을 용납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대선 후보까지 지냈던 정동영 전의원의 출마 여부를 놓고도 설왕설래다. 정 전의원은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전주 덕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연말 탈당자가 늘면서 위기에 몰린 문 전대표가 조급한 나머지 순창을 찾아 정 전의원을 만난 이후 야권에서 그의 인기가 한동안 상종가를 쳤지만 지금은 상황이 반전되면서 출마여부도 설 이후로 잡을 정도로 그의 입지가 좁혀졌다. 선택의 카드를 놓쳐 무소속 카드로밖에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전북 출신으로 첫 여당 대선후보였던 점 때문에 그의 출마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낙선 후 그간 보인 오락가락한 행태 때문에 지금도 비난의 화살이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재보궐선거 때마다 출마 명분이 약한데도 마구 뛰어들어 많은 지지자를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모든 게 조급증에서 나온 결과일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이회창 전 대표가 못견디고 다시 정치권으로 나선 것처럼 말이다. 큰 틀에서 보면 낙선 후 첫 단추를 전주 덕진에서 무소속으로 꿴 것이 잘못이었다. 동작갑에서 뼈를 묻겠다면서 출마한 것은 더 큰 패착이었다. 몽골 기병이라고 외치던 그가 너무 현실정치를 외면한 채 좌클릭 한 것도 흠으로 작용한다. 그는 MB가 5년간 국정을 농단해 놓았기에 인고의 세월을 보냈더라면 그에게 더 큰 기회가 찾아 왔을 것이다. 대권 후보를 지낸 정치지도자로 금도를 보였어야 옳았다. 그 금도를 깨고 좌충우돌한 모습이 국민을 실망시켰다. 특히 젊은층 한테 지역구를 바꿔가면서 철새정치인으로 비춰진 것은 안타까울 뿐이다. 모든 게 자업자득인 셈이다.
아무튼 정 전의원한테 국회의원 한번 더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 욕심처럼 비춰진다. 국회의원이 돼 정치권으로 진입해서 강력한 야권을 만들어 내년에 정권교체를 이뤄 놓겠다고 사자후를 토하지만 세상은 그런 눈으로 안 본다. 지금도 강진에서 칩거중인 손학규 전대표처럼 참고 견디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 아직도 정치적 자산이 남아 있어 아끼고 싶어서 그렇다는 것. 지난 관악 재보선 때 야권이 이길 선거를 망치게 한 장본인이란 악평을 받고 고향 순창 복흥으로 낙향해서 칩거한 이후 또다시 현실정치에 참여하려고 덕진 출마를 노크한 것을 잘못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 친노의 견제와 끌어내기로 힘들게 정치를 했다는 그의 살길은 본인 앞에 큰 감을 놓지 않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길 밖에 없다. 설령 이번에 국회의원 된다고 해도 그건 정치지도자로서 면모 보다는 노후보장용밖에 안된다는 것. 유난히 그가 좌우명처럼 즐겨 써온 사즉생(死卽生)이 떠 오른다. 전주 시민에게 선택의 고민을 안겨 주는 것보다 더 큰 정치인으로 남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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