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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풀꽃에서 찾은 생명의 존엄과 신비…문효치 시인 12번째 시집 〈모데미풀〉

‘생명은 신이다. 그 속에 진리와 진실이 있고 아름다움과 가치가 있다…나의 시는 이 신을 섬기면서 시작된다.’(시인의 말 중)

 

시업(詩業) 50년의 문효치 시인이 12번째 시집 <모데미풀> (천년의 시작)을 냈다.

 

오랫동안 백제의 역사·설화적 공간에서 죽음과 영원의 문제에 천착해 온 문 시인. 최근 그는 곤충, 풀 등 작은 생명체 속에 깃든 생명의 존엄성과 신비성에 집중했다.

 

그는 “아름답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작은 몸속에 담겨 있는 생명은 저 멀리 우주적 에너지에 의해 탄생된 것이고, 인간과 동등한 신의 자식들이라는 데 인식의 끈이 닿아있다”고 말했다.

 

‘다래꽃’ ‘홀아비바람꽃’ ‘참새털기’ ‘뱀딸기’ ‘수크령’ ‘피나물’ ‘개비름’ 등 잊히는 풀이나 꽃의 이름을 되살려냈다. 이들은 시가 됐고 편편히 모여 시집이 됐다. 모두 72편에 달한다.

 

‘하늘이 외로운 날엔/ 풀도 눈을 뜬다/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하늘의 손을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만 보아도/ 하늘은 눈믈을 그치며 웃음 짓는다’( ‘모데미풀’ 중)

 

‘이 밤 웬 소나긴가 했더니/ 어둠을 찢고 내려오는 별들 부딪는 소리/ 귀밝이술 아니어도/ 내 귀는 너무 밝아/ 어질어질 취한 채 흔들렸었지’( ‘돌단풍’ 중)

 

풀꽃의 이름, 생김새 등에 시인만의 상상력을 더한다. ‘모데이풀’은 하늘과 외로움을 느끼고 사랑을 나누기도 할 수 있는 존재고 ‘돌단풍’은 별들 부딪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영험한 청력을 가지고 있다. 풀꽃 하나에서 광활한 우주공간을 마주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네 살림살이 속으로 파고든다. 생명 존중의 바탕 위에 섬세한 사랑과 그리움이 버무려졌다.

 

군산 출생인 그는 1966년 서울신문·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고 주성대 겸임교수,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계간 <미네르바> 대표를 맡고 있다.

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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