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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집결지 '선미촌' 예술공간 변신 첫 발

전주시, 폐공가 매입부지서 전시회 / 인권·문화 거점 공간 활용 기능 전환 모색

▲ 전주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 내 폐공가 부지를 문화재생을 통해 열린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첫 번째 문화예술 행사가 실시된 5일 김승수 전주시장과 관람객들이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불편한 기억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기억입니다.”

 

5일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696-17번지 폐공가. ‘선미촌’이라고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 한가운데 위치한 이 빈집에는 과거 성매매 여성들이 수차례 거쳐 갔을 법한 한 평 남짓한 비좁은 쪽방 7개가 있다.

 

쪽방에는 예전에 누군가 사용한 인조 속눈썹과 휴짓조각 등이 조그마한 확대경 150여 개 안에 담겨 조명을 받으며 전시돼 있었다. 쪽방 건물 사이에는 그곳에 올라 천장이 뜯긴 쪽방을 살펴볼 수 있는 작은 나무계단이 설치됐다.

 

쪽방들의 장지문은 떼어져 한편에 놓여있거나 아예 없앴다. 한 쪽방에는 부서진 욕조가 놓여있기도 했다.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은 이날 오후 3시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선미촌 내 폐공가 부지에서 김승수 시장과 전주시청 공무원, 재단 직원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미촌 폐공가 매입부지 내 설치미술 전시회’ 소개식을 가졌다. 선미촌 내 첫 번째 예술 작품 전시회인 이 행사는 9일까지 계속된다.

 

전주시는 이 전시회를 위해 1억6000만 원을 들여 쪽방 건물 2채(304㎡)를 매입했고 예술작품을 도입해 선미촌의 탈바꿈을 시도했다.

 

선미촌은 과거 전주역이 이전하기 전 ‘뚝너머’ 등으로 불렸다. 1950년대부터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 이후 전주, 전북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가 됐다.

 

그러나 선미촌은 연간 1,000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한옥마을을 찾는 등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전주시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주는 대표적 장소로 꼽혀왔다.

 

전주시는 매입한 선미촌 내 건물과 토지를 인권과 문화·예술거점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앞으로 성매매업소 집결지를 기능 전환을 통해 서노송예술촌으로 바꿔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선미촌 폐공가 매입부지 내 설치미술 전시회’의 첫 무대를 차지하게 된 신진작가 소보람 씨(32)는 “지난 5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낡은 건물과 집기들이 버려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며 “그 위로 우거진 수풀이 과거를 덮으면서 새로움이 싹트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설치미술의 주제를 “눈동자 넓이의 구멍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소개한 소 씨는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불편한 기억,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기억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김승수 시장은 “강제적인 철거보다는 예술작품의 입성을 택해 선미촌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꾀하려 했다”며 “60여 년 만의 선미촌 개발은 전주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정준 서노송동 통장(66)은 “길만 건너면 바로 주택가인데 그동안 선미촌이 있어 수십 년 동안 주민의 불만이 많았다”며 “전주시가 선미촌의 변화와 재생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주민도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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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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