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있는 국립무형유산원 뒤편 남고산성 길을 따라가면 전주 산성마을이 나타난다. 현재 산성마을은 수려한 자연풍경과 역사·문화적 자원을 갖고 있지만 문화재 규제로 개발행위가 제한되면서 상당수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고 있는 상황.
이 마을은 올해 전주문화재단(이사장 김승수)의 ‘판소리 다섯마당 예술마을 만들기’사업에 선정됐다. 사업은 전주 대표 전통문화자원인 판소리를 활용해 마을 역사·환경과 연계한 이야기와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예술을 통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기획됐다. 마을 공연, 음식 조리법 개발, 체험·교육 등을 개발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관광동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산성마을에는 삼국지의 관우를 무제로 모시는 관성묘가 있고, 사당 양쪽 벽에는 <삼국지연의> 의 내용을 그려 넣은 벽화가 있다. 또한 주민들은 매년 ‘관우제’를 지낸다. 이에 따라 산성마을을 ‘적벽가’ 마을로 조성했고, 전주문화재단과 전문가, 주민들이 함께 의견을 반영해 약 두 달간 적벽가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삼국지연의>
지난 12일에는 마을 내 충경사 마당에서 개발한 프로그램 ‘동네밥상’과 ‘동네창극’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김영애씨 등 솜씨 좋은 마을 주민 6명이 음식을 대접했고, 일부 주민들과 예술인들은 함께 준비한 동네창극 ‘화용도가 여기로세’를 공연했다. 따스한 날씨 덕분인지 온 마을 주민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창극 ‘화용도가 여기로세’는 적벽가 중 조조가 관우에게 패하고 목숨을 구걸하는 장면을 산성마을을 배경으로 재구성했다. 김인석 박향엽 양혜화 염보섭 이점이 이정희 하동옥씨 등 주민들이 배우로 참여했다. 창극 지도를 맡았던 왕기석 명창과 정민영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원 등도 함께 출연했다. 주민배우들은 공연 참여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주민, 방문객들과 함께 즐길 거리가 생겨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구경 온 주민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을 좋아진다는데 누가 반대 하겠냐”고 말한 한 주민은 “마을을 보존하면서도 문화를 통해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좋다. 도중에 중단되는 일 없이 판소리 마을로 잘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흥미와 관심, 참여도는 높지만 자생력 확보를 통한 사업의 지속성이 관건이다. 전주문화재단 관계자는 “첫 행사인 만큼 재단이 주도하고, 전문 배우 등 전문가들이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앞으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수익모델을 만들고 생산자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주민주도형 추진체계를 구축해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행사에 대해서도 이번 달 내로 전문가와 주민들과 의견 공유회를 열어 수정·보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