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예술제가 여전히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제56회 전라예술제는 ‘축제’라는 산토끼는 잡았지만, ‘순수예술’이라는 집토끼는 놓친 꼴이 됐다. 정읍 벚꽃축제 기간과 전라예술제를 연계해 지역민을 자연스럽게 유도했지만, 정작 전라예술제의 주인공인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참여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제56회 전라예술제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이 기간 정읍천변 어린이축구장에서는 전라예술제 외에도 정읍 벚꽃축제, 제13회 자생화 전시회 및 제6회 자생차 페스티벌이 함께 열렸다. 행사 간 시너지 효과를 꾀한 시도였다. 전라예술제 관점에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실제 전라예술제와 정읍 벚꽃축제, 자생화 전시회 및 자생차 페스티벌이 개최된 정읍천변 어린이축구장은 가족, 연인 단위의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동일한 장소에서 부스 단위로 각각의 행사가 진행되면서 마치 전라예술제가 정읍 벚꽃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인상을 남겼다. 전라예술제 고유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 셈이다.
특히 건축가협회·문인협회·미술협회·사진작가협회 전시가 진행되는 정읍시립미술관과 정읍사예술회관까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전라예술제는 작품 전시를 실외에서 실내로 옮겼다. 그동안 작품을 야외 몽골텐트에서 전시하면서 날씨 등 외부 환경에 취약했다는 지적을 보완한 셈이다. 넓고 쾌적한 전시 환경이 두드러졌다. 다만 공연 장소와 전시 공간의 이동 동선(도보 기준 25분)이 길고, 안내 시스템이 빈약했다. 작품을 나열해 전시하는 수준으로 작가·제목 외 작품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무엇보다 형식적인 작품 전시와 문화·예술인의 수동적인 참여가 아쉬웠다. 미술협회 한 관계자는 “정읍예총 회원들만 전라예술제 공연·전시장을 찾을 뿐 나머지 시·군 예총 회원들의 현장 방문은 드물다”며 “작품만 전시하는 ‘형식적인 참가’로 전라예술제의 취지가 퇴색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읍예총 회원들의 단독 공연과 전라예술제 최초로 마련한 10개 시·군 예총의 합동 공연은 뜻깊은 기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인협회의 크로마키 체험과 영화 CG 체험, 미술협회의 머그잔 만들기 체험 등도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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