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태어날 때,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나라가 망했을 때다. 남자라면 눈물을 함부로 보여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익산 소재 태양광웨이퍼 생산업체 (주)넥솔론 근로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30대 청년세대 근로자 수백명이 살려달라며 쏟아내는 절규의 피눈물이다.
부모가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나라가 망한 것도 아닌데 이들 청년 근로자들이 수개월에 걸쳐 통곡에 나선 사연을 들어보면 정말 딱하고 애잔하기 그지없다.
지난 겨울 내내 수천만의 촛불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외쳤던 ‘이게 나라냐?’는 개탄이 문득 떠오른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여전히 떵떵거리며 살고, 애먼 흙수저만 그 피해를 뒤집어쓰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이게 나라냐?’라던 촛불집회의 탄식이 그저 한때의 코미디 같았던 역사 속 사건 중의 하나로 회자되고 말 것이다. 넥솔론 10년차 생산직 근로자 A씨(35)에게 요즘 들어 생긴 하나의 버릇이 있다.
동료의 갑작스런 휴가로 혹시 빈자리가 있는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습관이다.
정상근무를 끝내고도 곧바로 퇴근하지 않고 시쳇말로 땜방 근무를 찾아 염탐하는 것은 빈자리를 메워 한 시간이라도 더 추가 근무를 하기 위해서다.
잔여근무를 하지 않으면 이제 갓 엄마 젖을 뗀 아이의 분유값 챙기기가 무척이나 빠듯하기에 오늘도 종종걸음을 친다. 하지만 동료들마다 비슷한 처지이고 보니 빈자리 메워 대타 뛰기는 또 허탕이다.
고단한 나날의 다람쥐 쳇바퀴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 청천병력 같은 소문이 들려온다. 회사가 곧 청산될 것이다는 얘기다.
청운의 꿈을 안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지 10년, 청춘을 다 바친 회사가 청산된다니 기가 차 말도 안 나온다.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 그는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은 실업자로 전락하면서 최악의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사실 그는 법정관리가 뭔지, 주식이 뭔지도 모르던 20대 중반에 입사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해 나름의 자긍심을 갖고 열심히 근무하던 차에 회사는 직원들을 위한답시고 우리사주를 내 놓았다. 회사 사장이 직접 나서 우리사주 매입시의 밝은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빚을 내 6000만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당시의 전체 근로자 980명 가운데 99%가 장가를 곧 갈수 있고, 내 집도 조만간 장만할 수 있겠다는 장밋빛 희망에 앞 다퉈 주식을 매입했다.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으면서 푼푼히 아껴 모은 돈을 기꺼이 떨었다. 직원들이 사들인 주식을 돈으로 따지면 무려 17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직원들은 2012년 유상증자를 통해 121억7000만원어치를 또다시 매입했다. 회사는 직원들의 주식 매입을 위해 대출을 신청하면 흔쾌히 보증도 서줬다.
그랬던 회사가 지난 2015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만들더니 이젠 청산 얘기까지 들려온다. 억장이 무너지고 또 무너진다. 모든 희망과 기대가 분쇄기속 잔해들처럼 일순간에 짓이겨 진다.
이런 그를 더욱 목 죄는 것은 평생 백수로 살아갈 수도 있다는 공포다.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기엔 나이가 다소 많은 어정쩡한 상황이다.
넥솔론 청년 근로자 평균 연령이 33세로 고용시장에서 외면당하다가 결국은 평생백수로 살아갈 우려가 무척 높다. 넥솔론 재앙이 서서히 다가온다.
실업자 전락 파국은 분명 막아야 한다. 사재 출연, OCI 인수 등과 같은 실질적인 특단의 조치가 조속히 강구돼야 한다. 삼류기업은 위기에 파괴되고, 이류기업은 위기를 이겨내며, 일류기업은 위기 덕분에 발전한다는 말이 있다. 넥솔론 관계사로서 재계 순위 24위의 대기업 ‘OCI 그룹’에 한번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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