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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도 비행원리를 알고 움직인다

철새들도 먼 길 가기위해 에너지를 아끼려고 노력 생산적 대안찾기 협력을

▲ 김영식 한국기술벤처재단 이사장

우리나라는 열대와 한대의 중간 지역에 있어 많은 철새가 오간다. 도요새는 여름에 우리나라로 오고, 오리·고니·두루미류는 겨울에 온다. 놀랍게도 그 먼 거리를 한 치도 틀리지 않고 날아온다.

 

철새하면 주남저수지를 비롯하여 천수만, 순천만, 금강이 도래지로 떠오른다. 11월이 되면 금강하구뚝과 금강습지생태공원 일대에서 가창오리의 화려한 군무를 볼 수 있다.

 

비행기가 편대(編隊) 비행을 하면 연료가 최대 18%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새떼에 GPS시스템과 관성측정장비를 채운 뒤 소형 비행기를 타고 함께 날며 비행 대형의 위치, 속도, 날갯짓 횟수 등을 살펴보면 단독으로 날 때보다 훨씬 힘이 덜 드는 V자 비행을 하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앞서가는 새와 평균 45도 각도, 0.5∼1.5m 간격을 유지하며 난다. 뒤따라가는 새는 앞서가는 새의 ‘박자’에 맞춰 날갯짓을 한다.

 

새가 날 때 날개 양 끝단에는 새가 일으키는 날갯짓으로 위아래의 공기 흐름에 차이가 생겨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이 소용돌이는 뒤쪽으로 튜브 형태로 늘어지며 난류(亂流)를 형성한다.

 

이 기류는 아래쪽을 향하다 중간쯤부터 위쪽으로 흐름을 바꾸게 되어 공중에 뜨게 된다. 선두를 뒤따르는 새가 이 위치에서 날갯짓을 하면 상하로 요동치는 난류 흐름을 타기 위해 앞서가는 새의 날갯짓 박자에 맞춰 날개를 움직인다.

 

이렇게 한 새의 날개 끝에 다음 새가, 또 그 날개 끝에 그 다음 새가 따라가다 보면 결과적으로 무리의 모양이 V자를 이룬다. 반면 앞뒤 일렬로 비행을 할 때에는 다르다. 뒤따르는 새는 앞서가는 새와 ‘엇박자’로 날갯짓을 한다. 앞서가는 새가 만든 하강기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새들도 먼 길을 가기위해 에너지를 아끼는 노력을 한다. 우리사회가 발전하려면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생산적인 대안들을 많이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주로 낮에 이동하는 철새들은 자신들의 생체 시계 속에 내장되어 있는 정보로 빛의 방향을 판단하여 날아갈 방향을 정하고 밤에 이동하는 철새들은 별자리를 이용하거나 지구 자기장(磁氣場)을 감지하여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러기, 휘파람새, 찌르래기 등은 신경세포에 ‘제2철염’이라는 자기 광물질 성분을 지니고 있어 이것이 자기장에 따라 움직인다. 수만 km를 쉬지않고 주파하는 것도 바로 이 자각 덕분이다. 기러기 같은 겨울철새를 새장 안에 가둬두면 자꾸 남쪽으로 몸부림치고, 휘파람새나 찌르래기와 같은 여름철새는 북쪽으로 몸부린 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철새들이 군무를 할 때 서로 부딪치지 않고 매스게임하듯 비행 하는 것은 바로 옆 6~7마리의 동작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그들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는 동작이라 무리 전체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군무하는 철새들을 보노라면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최근에는 새가 비행할 때 깃털방향을 조절하는 것을 본떠 자동차 연료소비효율을 높이는 장치를 개발해 나가는 등 새나 벌레들의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이 부상하고 있다.

 

새들이 방향을 정하고 날아가 목표에 도달하듯, 우리도 나갈 방향과 폭을 정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성공확률이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럴려면 그에 걸맞는 준비를 미리 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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