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예전 교과서에 실렸던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지나간 가을은 선선한 바람을 벗 삼아 독서하기에도 좋고 가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별 하나, 별 둘 하며 별을 세기에도 좋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인도 가을밤의 별을 시로 남겼겠지요.
올해 봄 무렵 같이 근무하던 직원이 천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별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직원의 말에 따르면 원래 가을 밤하늘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밝은 별이 없다고 합니다. 별들은 밝기에 따라 1등성에서 6등성까지 구분되고 우리나라에서는 4계절 동안 15개의 1등성을 볼 수 있는데 가을 밤하늘에는 1등성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가을 밤하늘은 시인의 감성과는 달리 다른 계절보다 밝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별 얘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북쪽 하늘에서 그렇게 밝지는 않지만 4계절 내내 항상 같은 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별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북극성입니다. 그리고 그 북극성을 중심으로 서로 반대편에 위치하면서 1년 내내 볼 수 있는 유명한 별자리 2개가 있습니다. 북두칠성(큰곰자리 별자리)과 카시오페이야(영문자 W모양 별자리)입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 때문에 어떤 별자리는 계절에 따라 볼 수도 있고 못 볼 수도 있지만, 방금 말씀드린 북극성과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야는 지구의 자전축과 거의 일치하거나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볼 수 있습니다. 1년 내내 같은 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이 북극성을 이용해서 옛날 선원들도 먼 바다 항해를 시작할 수 있었고 그것이 바로 ‘천문 항해(天文航海)’의 시작이었습니다.
천문 항해술이 발달하면서 선원들은 점점 더 먼 바다로 항해를 할 수 있었지만 13세기경 나침반이 유럽에 소개되고 무선 통신, GPS, 전자 해도 등 원거리 항해를 뒷받침할 과학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천문 항해의 중요성은 점점 퇴색되었습니다. 이제는 선원들도 밤하늘의 별을 보기보다는 모니터 화면만 보게 되었으니 별들도 그 빛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 사는 요즘은 별보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밝은 조명과 높은 건물들에 가려져 어느새 우리들의 밤은 ‘별 볼 일 없는 밤’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많이 아쉬워집니다.
인간과 아주 오랜 시간 친구처럼 지내왔고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밤하늘에 빛나던 저 별은 우리가 죽은 다음에도 여전히 밤하늘을 수놓을 존재입니다.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한적한 시골이나 조명 어두운 해변으로 나가 밤하늘의 별을 헤어보며 당신과 나의 별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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