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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가 어디 공기업뿐일까?

대기업 신입사원 공개채용 내부절차·방식 베일에 가려 외부 영향력 작용 소문 여전

▲ 윤승용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 원장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지난해 10월 29일 처음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집회를 달군 주요 동인(動因)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었지만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킨 결정적 계기는 단연 위에 인용한 정유라의 페이스북 게시글이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 도발적 언급이 보도되자 이화여대생들은 물론 취업난에 시달리던 젊은 청춘들은 순식간에 분노의 공감대를 이루었고, 공분에 치를 떨며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것이다.

 

정유라가 이 게시글을 올린 때는 2014년12월 3일인데, 이 시기는 그가 그해 3월 승마 국가대표선수로 발탁되고 10월 31일 이화여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 개교 이래 처음으로 승마특기생으로 합격해 특혜의혹이 제기된 때다. 이로 미루어 이 게시글은 자신과 실력을 겨뤘던 동료 승마선수들을 겨냥한 것이었을 터이지만 이후 강원랜드를 비롯한 공기업 등에서 채용비리가 잇달아 드러나면서 ‘빽’이 없어 취직을 못했다고 자괴감에 빠졌던 젊은이들에게 공분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었다.

 

공기업 등에서의 채용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터져 나온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가히 역대 최고급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의혹에 따르면 2013년 518명의 신규채용자 가운데 무려 493명이 청탁을 통해 입사했다고 한다. 청탁리스트를 보면 국회의원에서 임직원 단골 식당 주인까지 수백 명에 이른다고 한다. 강원랜드는 또한 이에 앞서 2008년에도 수백 명이 역시 부정한 방식으로 채용됐다는 새로운 의혹까지 제기됐다. 강원랜드에 이어 우리은행 등 공기업이나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준공기업 등에서도 채용비리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권력기관에 약할 수 밖에 없는 공기업의 속성상 채용비리는 전수조사를 할 경우 이번에 드러난 사안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도 엿보인다.

 

하지만 공기업의 채용비리는 경영진이 바뀌면 내부제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여서 이번처럼 실체가 가끔 드러나곤 하지만 사기업의 경우는 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내 대기업은 매년 신입사원을 공개채용방식으로 뽑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엄정하게’ 선발하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외부의 영향력이 작용한다는 소문은 여전하지만 아직까지 대규모 채용비리가 드러난 경우는 많지 않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간부 등이 채용장사를 하다 드러난 경우 등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업계의 소문에 따르면 실상은 공기업 못지않다고 한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최고의 지역구 조직관리는 취직민원을 해결해주는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된다. “지역구민 1명 취직시켜주면 최소 100표가 딸려온다”, “취직민원 1명당 최소 1000만원의 정치자금이 확보된다”는 말도 나돈다.

 

지역구민 1명을 취직시켜주면 당사자 가족은 물론 주변 친지 등까지 모두 지지자로 확보가 되고 선거 때면 이들이 모두 합심해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선거를 돕는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취업민원을 해결해줄 경우 부모가 정치후원금 개인한도액인 500만원씩을 낼 경우 1000만원을 손쉽게 확보할 수가 있다고한다. 이는 사실상 알선수재에 해당하는 위법행위이지만 정치후원금을 낸 것으로 당사자가 입을 맞출 경우 마땅히 처벌할 방법이 없다.

 

공기업 등에서 드러난 채용비리가 사기업에서도 은밀히 자행되고 있다는 풍설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만약에 일부기업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이 수많은 취업준비생을 좌절케 하는 ‘청탁랜드’가 되도록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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