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 일당은 8개월 동안 완전범죄를 꿈꾸다가 지난달 초 이씨 아들의 취학통지서를 받았다. 내년에는 준희의 취학통지서도 올 것을 예상한 고 씨와 이 씨는 부부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없어졌다고 각본을 짰다. 집중 수사를 통해 이들의 범죄는 드러났다. 고씨는 준희 생모와의 이혼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까봐 시신 유기를 숨겼다고 진술했었다. 이들은 왜 준희의 사망을 숨긴 것일까. 고씨 일당의 행적을 중심으로 고준희양 시신 유기 사건의 쟁점을 살펴본다.
△한때 예쁜 공주님…아동학대 의혹
준희는 2012년 7월 22일 6개월 미숙아로 태어났다. 고씨는 백일 무렵 눈을 감고 분유를 먹는 준희 사진을 SNS에 올렸다. “우리 막공주 오늘 병원에서 검사받는 내내 입 꾹 다물고 참았다 한다. 이 쪼그마한게 얼마나 많이 힘들었길래. 벌써부터 참는 법을 배웠는지 아우 가슴이….”
생모 송모 씨(36)와 고씨는 3명의 아이를 낳았다. 준희는 2년간 대학병원에서 30여 차례의 갑상선 기능 저하증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2월께 내연녀 이씨가 고씨와 완주군 봉동읍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하면서 준희 양육환경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아픈 준희만 고씨와 이 씨에게 맡겨졌는데, 이씨 아들에게 괴롭힘을 받았다. 준희는 전주시 인후동 김 씨의 집으로 옮겨졌다.
준희는 두 차례에 걸쳐 ‘창상’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지난 3월 전주시 덕진구의 한 병원에 준희가 ‘휴지걸이’에 넘어져 머리를 다쳐 꿰맨 기록이 남아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신빙성이 떨어지거니와 지속적인 학대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태연하게 알리바이 조작
준희가 죽은 뒤 8개월동안 가족들은 준희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고씨는 4월 27일 SNS에 ‘온가족 모두가 함께 만드는 페이퍼 토이키트’라는 종이접기 사진을 올리면서 “어허허 이벤트당첨ㅋㅋ”이라고 적었다. 28~29일에는 조립 장난감 ‘건담’을 자랑했다. 29일에는 고 씨와 김씨, 이씨, 아들(6)은 경남 하동과 남해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고씨와 이씨는 12월 8일 오후 1시 13분께 실종 신고를 했다. 고씨는 전주 덕진경찰서 아중지구대에서 흥분하며 쓰러졌고, 4시간여 동안 지구대를 들락거리며 이씨와 입을 맞췄다. 지구대 관계자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싸웠다. 당시 너무 과장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고씨는 지난 7월 22일 준희 생일에 케이크를 사고, 미역국을 끓여 이웃에게 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인에게 준희를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완주군 봉동읍의 한 공장을 다니던 고 씨는 직장동료에게 딸의 실종 사실을 알렸다. 직장동료는 돈을 모아 전단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씨는 인터넷 맘카페에서 준희를 돌보는 듯한 활동을 하고 글을 올리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페회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고씨는 지난 11월 말 본인과 가족의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김씨는 지난 8월 30일 전주시 인후동에서 우아동으로 이사하면서 이사한 집에 유아용 칫솔과 장난감을 뒀다.
△이웃 진술로 실종시기 좁혀
전북지방경찰청은 전주시 인후동 김씨의 집 주변에 사는 주민을 참고인 신분으로 최면수사했다. 주민은 4월 말부터는 준희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지난 4월 말 이씨의 고향으로 알려진 하동과 남해의 1박 2일 여행에서 가족들을 본 주민은 최면수사에서 아이를 1명만 봤다고 했다.
최면수사 결과를 토대로 경찰은 준희가 사라진 시점을 4월 말로 특정했다. 이 시기에 고씨와 김씨의 휴대전화가 군산의 한 기지국에서 신호가 잡혔다. 경찰은 준희를 유기할 당시 이씨가 ‘혈흔이 발견된’ 완주군 봉동읍 아파트에서 1시간 동안 고씨와 통화한 점을 주목하고, 이씨를 사실상 범죄를 주도한 공범으로 보고 있다.
준희가 유기된 시점을 찾는데, 최면수사로 떠오른 주변 인물의 ‘기억’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 고준희 양 사건 일지
-3월 19일 마지막 병원 기록
-3월 30일 마지막 유치원 등원
-4월 25~26일 사망 추정 시점
-4월 27일 군산 내초동 시신 유기
-4월 29~30일 경남 하동 가족여행
-7월 22일 준희 생일 잔치
-8월 30일 김씨 집 이사
-10월 말~11월 말 휴대전화 교체
-12월 초 이씨 아들 취학통지서
-12월 8일 실종신고
-12월 15일 경찰, 공개수사
-12월 22일 고씨·김씨 집 압수수색
-12월 29일 고씨·김씨 긴급체포
-12월 30일 고씨·김씨 구속, 이씨 긴급체포
-12월 31일 이씨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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