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금도 2012년의 4·11 국회의원 총선을 떠올리면 실소를 금치 못한다.
언론계 출신인 그는 현실정치에 뜻을 두고 출마 지역구로 경기 용인시를 선택했다. 수년째 살던 곳이기도 했지만 인구가 90만이 넘는데도 의석수가 3석에 불과해 4석 선거구 분구가 예상되므로 그곳을 택하라는 당 지도부의 권유도 작용했다. 이미 공직선거법에 의해 구성된 ‘19대총선 선거구획정위’에서 인구 최다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3대1로 한다는 기준 아래 용인시 기흥구와 수지구 등 전국 8개 선거구를 분구하는 것으로 보고한 것도 염두에 두었다.
그는 기흥구의 신도심인 동백지구에 사무소를 열고 새벽부터 명함돌리기에 전력투구하는 한편 선거인단 투표 50%, 여론조사 50% 적용이 예상되는 당내 경선규칙을 고려해 선거인단 모집에도 최선을 다했다. 기초의원 출신 당내 라이벌 후보가 기흥구가 분구될 경우 자신의 고향인 기흥구 남쪽지역을 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북쪽지역인 동백동을 집중 공략했다. 여론조사에서 라이벌 후보에게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용기백배했다.
하지만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구획정위의 보고안을 무시한 채 최종 확정을 차일피일 미루자 그는 애가 닳기 시작했다.
정개특위는 여야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실랑이만 벌이다 법정시한을 두 달이나 넘긴 2012년 2월 27일에야 선거구를 확정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최악이었다. 용인시의 경우 ‘3인선거구에서 5인 선거구로의 분구’를 요구한 선거구 획정위안과는 무관하게 그냥 3인 선거구로 존치하되 인구 과잉으로 인한 위헌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기흥구 동백·상하동을 처인구로 편입시키는 꼼수가 가해졌다. 말 그대로 이 같은 게리맨더링 탓에 기흥구 동백동 일대 8만여 명은 하루아침에 처인구 선거구에 편입됐다 .
분구를 전제로 동백동을 중심으로 선거인단을 집중 모집한 A씨는 이 바람에 다수의 선거인단을 잃어버리는 사태에 봉착했다.
더구나 당의 국민경선 시행세칙에 ‘선거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선거인 모집 개시일 5일 전 현재 해당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안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선거인 모집이 2월 20일부터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2월 15일 이전까지 주소지가 해당 선거구에 등재돼 있지 않은 사람은 선거인이 될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졸지에 동백동이 주소지인 A씨는 자신을 위한 선거인조차 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에 처해버렸다.
결국 여론조사에서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 경선에서 큰 차로 뒤지는 바람에 A씨는 당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처럼 국회 정개특위가 정쟁에 매몰돼 선거구를 지각 획정해서 입후보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례는 비단 19대 총선 때 뿐 만이 아니다. 경우는 다르지만 올 6월 지방의원 선거를 앞두고도 똑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국회가 법정 시한 두 달 이상 지나도록 지방의원 선거구를 획정하지 않자 중앙선관위는 19일 우선 3월 2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기로 했다고 한다. 이 바람에 일부 지방의원 후보자의 경우 자기가 출마할 선거구도 정확히 모른 채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이처럼 2년마다 반복되는 국회의 직무유기를 어떻게 하면 방지할 수 있을까? 최선의 방책은 선거구 획정권한을 국회에서 중앙선관위나 별도의 획정위로 이관하는 것이라는 게 여의도를 제외한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당의 이해와 첨예하게 관련된 선거구 획정을 국회에 맡기는 것은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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