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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고 故 이영준 님의 희생을 다시 기리며

▲ 엄철호 익산본부장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가치관이 변하더라도 희생정신 만큼 숭고한 것은 없다. 가정, 사회, 국가, 세계 등 그 어떠한 집단이든지 희생정신이 살아 있는 집단은 생명이 있고 반드시 발전한다.

 

‘살신성인(殺身成仁).’

 

인의(仁義)를 위해 목숨을 희생한다는 뜻을 가진 고사성어다.

 

한자의 어질 인(仁)은 인(人)에 이(二)를 더해 만들어졌다. 우리가 서로 의지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즉, 타인에 대한 자비와 사랑, 동정심의 발로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뜻 있는 사람과 어진 사람은 살기 위해 인을 해치지 않고 목숨을 바쳐 인을 이룬다.’

 

논어 위령공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의협심이 강하고 의지가 강한 사람이나 인덕을 갖춘 사람은 반드시 목숨을 바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통이나 목숨을 내놓는 것을 두렵다 아니하고 이웃에 봉사하거나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구하는 행동을 결코 마다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인간에게 있어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 목숨을 남을 위해 던지는 희생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정신적 가치다.

 

생(生)과 사(死)를 초월한 그 가치는 영원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지난 21일 이리고에서는 물에 빠진 초등학생을 구하고 숨을 거둔 의사자 고 이영준 님의 흉상 제막식이 있었다.

 

그의 상반신을 본떠 만든 흉상으로 모교 정문 진입로 정원에 세워진 추모비에는“자신의 생명을 바쳐 타인의 생명을 구해 숭고한 살신성인을 이룬 그 아름다운 희생정신이여! 우리 사회를 밝히는 횃불이 되어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빛나리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시간을 잠시 지난 2012년 8월 16일로 되돌려 본다.

 

당시 18세의 그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친구들과 함께 완주군 운주군 금당리 하천으로 물놀이를 갔다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초등학생 2명을 발견하고 주저없이 뛰어들었다.

 

가까스로 두 아이의 생명을 구했지만 정작 자신은 급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뒀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은 그의 행동은 그야말로 살신성인 그 자체였다.

 

그는 세상에게 ‘말보다 실천’이라는 ‘희망의 등불’을 켜준 채 너무도 짧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생명이 위태로운 돌발사고에서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정말 실천하기 어려운 일인데도 말이다.

 

그는 우리들에게 남의 불행을 외면하지 말라는 귀중한 메시지를 남겼다.

 

아직도 우리사회에 희망이 있음을 스스로의 실천을 통해 보여 준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지금의 각박한 세태를 꼬집으며, 그 어떤 향기보다 아름답고 가슴 찡하게 만든 그의 고귀한 희생에 다시한번 머리숙여 깊은 애도를 표하고 명복을 빌고 또 빌어 본다.

 

소설 ‘만남’에서 작가 한무숙은 “십오 세에 장가들어 아들 여섯 딸 셋, 푸짐하게 했지만 딸 하나 아들 셋, 눈앞에서 참척을 당해야 했다”며 자식들의 죽음을 겪은 실존적 체험을 그렸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을 참척(慘慽)이라고 한다.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참혹한 슬픔이란 뜻이다.

 

부모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다.

 

마음으로 덮을 뿐 잊을 수 없다.

 

졸지에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어찌 그 누가 필설(글과 말)로 다할 수 있겠는가.

 

감내하기 어려운 슬픔, 참척의 고통을 겪고 있는 그의 부모님에게도 다시한번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

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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