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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 삶 배어 있는 삼례 불상 관리 아쉽다

김춘수 시인은 작품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며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라고 썼다. 하물며 사람의 손길, 숨결이 깃든 유물·유산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최근 완주군 삼례읍 후정리의 한 마을에 약 2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을 발견한 ‘만경강사람지킴이’ 회원 손안나 씨(52)가 “보잘것없어 보이는 돌이더라도 엄연히 문헌 기록도 남아 있는 230년 가까이 된 선조의 유물이다.

 

지방자차단체에서 푯말이라도 설치하고, 향토문화 콘텐츠 측면에서 스토리텔링을 더한다면 지역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한 말은 충분히 울림이 있다.

 

이 불상은 삼례읍 후정리 금반마을에 소재하며, 높이 65㎝ 정도 크기다. 콘크리트 지붕을 한 작은 건축물 내에 안치돼 있지만 상당히 오래 전부터 아무런 관리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는 듯 시설은 헐고, 잡초가 무성하다. 주민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관리가 이뤄졌다. 또 불상을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말도 전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불교계는 물론 주민, 관청 등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

 

불상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완주군과 완주문화재단이 공동 연구한 ‘2016 완주군 마을문화실태조사’에서다. 이 조사 삼례편에서 불상 관련 민담이 소개됐고, 최근 손씨가 불상 관련 기록 등을 추적해 왔다고 한다.

 

손씨에 따르면 228년 전 삼례의 부자 백대석 씨가 만경강 물을 끌어오기 위한 수로 공사를 진행하던 중 현장에서 파낸 돌을 지장(地藏)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등 공덕을 들였다. 무사히 공사를 완공한 후에도 돌을 불상으로 모시고 관리해 왔다. 실제로 이 불상은 부처를 닮아 보이는 자연석으로 보인다. 그래서 문화재적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기는 힘들다고 한다.

 

불상 이야기에는 만경강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지어 삶의 터전을 지켜내야 했던 삼례 지역 주민들의 어려움과 절실함이 잘 묻어 있다. 주민들은 공사 현장에서 나온 자연석을 지장으로 모시고 자연을 향해 정중히 몸을 낮췄다. 전문 석공이 잘 다듬어 세운 불상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향토문화사적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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