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세계프리미엄 갯벌생태지구에 설치된 놀이터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고창군이 무려 5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주꾸미 미끄럼틀’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고창군의 특산품 주꾸미를 도시 조형물에 연계한 것으로 정체성과 홍보성이 있다”는 긍정적 의견과, “과도한 예산을 들인 미끄럼틀이 괴물처럼 보이는 데다 단순히 크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고창군은 오는 9월 개장을 앞둔 세계프리미엄 갯벌생태지구에 놀이터를 설치했다. 지난 18일 찾아간 놀이터에는 대형 주꾸미 미끄럼틀이 설치돼 있었다. 가로 13.9m, 세로 12.9m, 높이 7.9m 규모인 이 대형 주꾸미 조형물은 머리에 반점이 새겨져 있고, 노란색 몸통에 다리 8개가 달려 있다. 몸통 뒤편에는 머리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아래로 뻗어 있는 다리 중 하나가 미끄럼틀 기능을 하고 있었다.
국가종합전자조달 ‘나라장터’에서 확인한 결과 전북지역 한 업체는 지난 9월 말 고창 세계프리미엄 갯벌생태지구에 놀이시설인 ‘고창쭈꾸미조합놀이대’를 설치하는 데 5억2900여만 원(국비 50%, 시군비 50%)에 고창군과 수의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개로 지난 2016년 8월 진행된 용역에 1800여만 원이 투입됐다.
최근 설치가 마무리된 주꾸미 미끄럼틀 논란은 조형물의 이미지가 호의적인지, 군민들의 공감을 받고 있는지, 투입된 예산은 적정한 것인지 등 다양하다.
한 군민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노란색 주꾸미는 본 적도 없다. 저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군청이 아까운 세금을 들여 왜 저런 괴물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관광객 이모 씨(21)는 “대형 주꾸미 미끄럼틀을 만드는데 5억 원을 들였다는 건 해괴한 발상”이라면서 “지역의 대표성을 나타내는 차원이기는 커녕, 단순히 크게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창군과 잘 어울리는 랜드마크로 지자체 브랜딩에 기여하고,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군민은 “미끄럼틀에 주꾸미의 이미지를 넣은 게 어색하진 않다”면서 “갯벌생태지구와 잘 연개해 미끄럼틀을 방치하지 말고, 잘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형물의 경우 작품을 바라보는 주관적 시선에 따라 평가가 달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홍보의 일환으로 조형물을 계획할 때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창군청 관계자는 “지역을 상징하는 주꾸미 미끄럼틀은 계획 당시 현장에서 일부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했고 정체성에 문제가 없다”며 “예산도 애초 6억6000만원을 계획했지만, 전북도와 전북지방조달청의 원가심사를 거쳐 1억4000만원 가량 삭감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프리미엄 갯벌생태지구가 완성되면 많이 찾아올 아이들의 입장에서 동심의 눈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해 진안군에서는 7500여만 원을 들여 가위박물관에 ‘세계에서 가장 큰 가위’를 설치하면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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