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는 그림이 걸려 있고 그 아래 들꽃이 있는 전시장에 있었다.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상상 속으로 침잠하는 발걸음을 붙드는 것은 옹기그릇에 핀 작은 꽃들이었다. 여류 문인들은 그림과 들꽃이 전시된 미술관에서 문학세미나를 가졌다. 문학과 미술이 꽃밭에서 놀던 날이었다. 문학이 미술과 음악, 마임 등과 융합하여 더욱 아름다운 행사로 기억되는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해 온 일이지만 몇 번의 경우는 지금도 잊히지 않고 회자되고 있다.
최근 전북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전주·익산·완주산업단지와 국가식품클러스터 그리고 민간육종단지 등이 ‘국가혁신융복합단지’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정 지역에 대한 투자가 집중하여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 추진을 위해 지역성장의 거점으로 중점 육성한다는 것인데 특히 ‘융복합’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간다. 융합融合이란 본래 ‘둘 이상의 사물을 섞거나 조화시켜 하나로 합한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몇 년 전부터 교육 및 사회 각 분야에서 학문간, 교과간, 교과내 융합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였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과학기술분야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스템(STEM)교육을, 독일에서는 민트(MINT)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학교육 분야에서 STEM에 인문·예술(Arts) 요소를 덧붙여 스팀(STEAM)이라고 불리는 융합인재교육을 하고 있다.
독일의 민트(MINT)교육은 수학(Mathematik), 정보통신(Informatik), 자연과학(Naturwissenschaft), 기술(Technik)교육을 강화하는 것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 요구에 의한 정책이다. 미국의 스템(STE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등 4개 분야 각각에 중점을 두는 교육이다. 우리나라의 융합인재교육은 학문적인 영역에 예술 요소를 덧붙임으로써 창의성을 길러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융합(convergence)은 통섭(consilience)과 밀접하게 연계된다. 통섭通涉이란 막힘이 없이 여러 사물에 두루 통한다는 것으로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로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범학문적 연구를 일컫는다.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이 1998년에 『통섭: 지식의 대통합(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이라는 저서를 출간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용어다. 이렇듯 교육 분야에서 시작한 융합과 통섭이 ‘융복합단지’라는 이름으로 이제 도시 발전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초록이 사라지면서 단풍이 든 가로수 길에는 낭만이 가득하다. 바람이 불고 지나갈 때마다 노란 은행잎이 춤을 추듯 날아오른다. 이맘때가 되면 낙엽이 수북한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걷다가 잠시 멈춰 깊은 숨을 들이마시면 서늘한 바람이 몸속까지 청량해지는 기분이다.
통섭이나 융합은 가을날 단풍이 든 나무와 숲의 모습을 닮았다. 벌써부터 새롭게 변화할 국가혁신클러스터와 혁신도시에 어떻게 문화예술이 접목될지 궁금하다. 거리에 심을 나무 한 그루도 계획단계부터 철저히 준비함으로써 융합의 도시에서 인문학적 요소와 문화예술이 함께 어우러짐으로써 아름다운 숲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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