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의 진료실을 방문한 회사원 최 모(33)씨는 군 제대 이후 발병한 건선 때문에 몇 년간 몸과 마음고생이 많았다. 발병 초기에는 두피와 팔꿈치에만 건선 증상이 나타났으나 취업 후 바쁜 직장 생활로 인해 치료와 관리에 소홀해지다 보니 병변이 팔과 다리에까지 나타날 만큼 상태가 심각해졌다. 그러나 이 환자는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가야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심리적·물리적 부담감으로 치료를 계속 미뤄왔고, 이 때문에 증상은 갈수록 심각해졌다. 그러던 중 회사 근처 병원에서라도 치료를 받고자 하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필자에게 찾아온 것이다.
건선은 위생 불량으로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단순 피부질환이 아닌, 신체 면역체계 이상에 의해 발병하는 전신성 염증질환이다. 면역 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피부 각질형성세포를 자극해 각질세포가 과다하게 증식, 피부가 비늘처럼 하얗게 일어나는 인설이 쌓이고 적색 병변, 통증 등이 유발된다. 대부분의 환자가 초기 건선 증상을 단순 피부병으로 인지하고 진료 시기를 놓쳐 중증으로 발전된다. 상태가 심각한 중증 건선의 경우, 필자의 환자처럼 지방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려울 것이라는 막연한 오해로 자가 치료나 민간요법에 의지해 증상의 심각성을 키우곤 한다.
건선은 일단 한번 발병하게 되면 평생 악화와 호전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질환이다 보니, 환자들은 신체적 스트레스는 물론, 울긋불긋한 반점과 각질을 보이기 부끄러워 꼭꼭 숨겨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안고 산다. 더구나 건선은 사회·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30대 이전에 처음으로 발병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환자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병변으로 인해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 때문에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가중돼 일상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선은 중증도가 높을수록 건선성 관절염, 심혈관계 질환 등 여러 가지 동반 질환이 발병될 가능성이 높아 올바르게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다.
건선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법으로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깨끗한 피부를 되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증상 재발도 늦출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치료제가 있으나, 현재로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 만족스러울 만큼 안전하게 오랜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치료제는 생물학제제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건선 유발 요인으로 추정되는 인터루킨-23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치료제를 통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2달에 한 번 투여하는 것으로 빠르게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 효과가 오래 유지돼 사회생활, 개인 사정 등으로 투여 주기를 놓치더라도 증상 재발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이렇듯 치료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은 의료진 입장에서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진료를 하다 보면 많은 환자들이 중증 건선은 관리가 어렵거나 치료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오해해 치료 의지를 저버리거나 섣불리 포기하곤 한다. 그러나 안전하고 효과적인 생물학제제를 통해 치료한다면 중증 건선 환자도 정상인과 다를 바 없는 깨끗한 피부를 되찾아 일상을 누릴 수 있다. 또한 굳이 먼 길까지 발걸음 하지 않아도 집, 회사 등 자신의 생활 반경 내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많은 건선 환자들이 망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가까운 병원 문을 두드려 더 나은 치료 기회를 접해 편안한 삶을 이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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