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국수는 전주가 낳은 한국 바둑의 전설이다. 지금은 전성기를 지나 각종 타이틀을 후배들에게 물려줬지만, 이창호는 1990년대 세계기전들을 휩쓸었다. 최연소 타이틀 획득(14세 1개월, 바둑왕전), 최연소 세계챔피언(16세 6개월, 동양증권배), 국내 16개기전 사이클링 히트, 최다관왕 기록(13관왕, 94년), 세계대회 그랜드슬램, 통산 140여회 타이틀 획득 등 그의 성취는 깨지기 힘든 기록들이다.
이창호는 오늘날 우리 바둑이 스포츠 분야로 분류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90년대 중반 거의 모든 타이틀을 거머쥔 이창호가 현역병 판정을 받아 입영할 처지에 놓이면서 한국리그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당시 바둑계가 이창호의 병역특례를 요구했으나 마땅치 않았다. 병역특례가 스포츠와 예술분야에 국한된 상황에서 바둑이 어느 분야에 속하는지, 어느 수준의 성적을 내야 그 대상이 되는지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둑을 스포츠로 편입시키고, 세계바둑대회 우승자를 그 대상으로 하는 병역법 개정이 이뤄졌다. 사실상 ‘이창호법’인 셈이다.
바둑이 스포츠로 분류되긴 했으나 바둑의 정체성 논란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대근육을 사용하지 않는 바둑이 어떻게 체육이냐는 논리에서다. 바둑이 전국체육대회 시범종목에 처음 포함된 것은 전북에서 개최된 2003년 대회 때다. 경기장은 부안 줄포였다. 부안 줄포가 한국바둑을 태동시킨 조남철 대국수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도 컸다. 그러나 바둑이 전국체육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그로부터 다시 10여년이 흐른 2016년 충남대회때부터다.
한국 바둑의 역사를 써온 전북 바둑이 또 하나의 새 역사를 만들었다. 전북을 연고로 한‘이스타항공 바둑단’이 어제 창단식을 갖고 국내 첫 아마추어 실업 바둑팀으로 출범을 알렸다. 국내 바둑계가 프로 기사들을 제외하면 아마추어 기사들이 안정적으로 연마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실업팀 창단이 국내 바둑계의 숙원이었다. 그런 만큼 이스타항공 실업팀이 바둑 인재 양성과 바둑의 대중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속도를 추구하는 항공사와 느림의 미학을 갖고 있는 바둑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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