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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오고 싶은 동네로” 전주 선미촌 재생 젊은 예술가가 나섰다

작가 7명 의기투합, 예술전문서점 ‘물결서사’ 공동 운영
상설 문화예술 프로그램 진행, 주민과 함께 행복한 공간 꿈꿔

전주 선미촌의 골목길 한켠에 위치한 예술 전문서점 '물결서사'를 공동운영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서점에 모여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전주 선미촌의 골목길 한켠에 위치한 예술 전문서점 '물결서사'를 공동운영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서점에 모여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전국에 몇 개 안 남은 성매매 집결지 중 하나인 전주 선미촌. 눈에 빤히 보이지만 쉬이 발길이 가지 않는 유리성 같은 이곳에, 긍정적인 변화의 균열이 생기고 있다.

지난 9일 선미촌에서 성악 공연이 펼쳐졌다.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조현상 성악가의 데뷔 공연. 젊은 예술인과 동네 주민 50여 명이 한데 모여 공연을 지켜봤다. 청년예술가 7명이 모여 공동 운영하는 예술 전문서점 ‘물결서사’에서 기획한 공연이다.

서점이 있기에는 낯선, 그리고 작은 동네에 지난 1월 예술 전문서점인 ‘물결서사’가 들어서면서 작은 변화가 꿈틀거리고 있다.

임주아(시인)를 필두로 김성혁(성악), 민경박(영상), 서완호(서양화), 장근범(사진), 최은우(애니메이션), 고형숙(화가) 등 다양한 장르의 7명의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이곳은 단순한 서점을 넘어, 선미촌이라는 공간을 변화할 꿈을 갖고 생겨났다.

단순한 책방을 넘어 지역 문화의 새로운 결을 만드는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이나 세미나, 작품 전시 등 상설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기존 구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갈 곳을 잃은 지역 예술인들에게도 작품활동을 이어갈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곳이 갖는 의미가 크다.

이번 무대도 물결서사 운영진이 무대에 설 기회가 부족한 신인을 초청해 무대를 제공하는 기획워크숍으로, 김정경 시인, 김성철 시인, 김경모 화가에 이어 벌써 네 번째 무대다. 수십 년 전주의 어두운 부분이었던 선미촌을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변화시키자는 취지로 진행 중인 ‘물결서사 프로젝트’의 하나다.

이번 무대를 기획한 김성혁 성악가는 “첫 무대가 간절한 신인 예술가들이 힘을 잃지 않고 계속 창작할 수 있는 장이 지속적으로 마련돼 주민들과 함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즐거운 동네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곳 동네에 대한 젊은 예술인들의 애정도 듬뿍 담겨있다. 책방 이름을 지을 때도 동네 이름을 담아보자는 팀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지었다. 도로명 주소 ‘물왕멀’에서 따온 물의 이미지를 살려 ‘물결’이라는 단어와 오늘날의 서점을 뜻하는 ‘서적방사(書籍放肆)’의 줄임말 ‘서사’를 결합해 만들어냈다.

다만 기획 초기부터 우려했던 부분이 예술가들과 주민들 마음 한쪽에 남아있다. 전국의 숱한 예술촌이 그랬듯 붐이 일고 나면 생기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선미촌의 젊은 예술가들과 동네 주민, 행정기관인 전주시까지 기회가 닿을 때마다 협의를 이어 가는 이유도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물결서사 7인의 예술가들은 “주민과 예술가 모두 행복한 공간을 꿈꾸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생존권과 생활권이 모두 보장받는 공간을 주민과 함께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낮과 밤이 다른 이곳 선미촌을 누구라도 언제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동네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물결서사는 SKT 전주지점 청년갤러리에서 ‘연결’을 주제로 8월 2일까지 전시를 열고 있다. 오는 22일에는 광주 아트 프로젝트 그룹 V팀과 교류전을 열고, 7월 6일에는 황인찬 시인의 낭독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한 선미촌 문화재생 사업이 주민과 예술인 모두 행복한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천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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