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 심심찮게 듣는 얘기가 있다. “중국산 참깨가 국산보다 낫다”이다. 각자의 견해가 있고 보는 관점이 다르므로 시비를 가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과연 국산 참깨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역사적 고증자료에서 재미있는 사실들이 찾아진다. 『고려사』에 중국에 보내는 공물로 참기름 기록이 있다. 전주대교수로 얼마 전 정년퇴직한 한복진 교수의 논문에서는 이를 두고 ‘고려 참기름 품질이 우수하였다’라고 고찰한다. 고려시대에 참기름은 인기 농산물이었다. 고려 명종22년 나라에 참기름과 꿀의 소비가 극심하여 국가의 재정이 흔들렸으며 이에 참기름과 꿀이 사용되는 유밀과 사용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국가행사나 외국사신 접대에만 사용을 허락하였다 한다. 공양왕도 원나라 공주를 왕비로 맞는 결혼잔치에 고려에서 특별히 가져간 유밀과를 내어 놓았다고 하니 이만하면 중국에까지 참기름 맛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무턱대고 “중국산 참깨가 국내산 참깨보다 낫다”고 얘기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참깨 생산량이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값 싼 중국산에 이어 더 값 싼 인도,파키스탄,수단 등에서 많은 양이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은 이미 이러한 이유로 참깨 재배면적이 거의 사라졌다. 자급율이 1% 미만 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13%까지 줄었지만 최근 다시 느는 추세이다. 일본과 달리 우리가 참깨 시장을 지켜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어머니의 힘이다. 가을이 무르익을 때가 되면 어머니는 직접 길렀거나 주위로부터 구입한 참깨를 들고 방앗간에 간다. 참기름이 나올 때까지 지켜 서서 기다렸다가 고소한 참기름이 되어 나오면, 가져 간 소주병에 담아 자식들에게 골고루 보낸다. 일본에는 없는 독특한 우리문화가 10%대 자급률을 지탱해 온 힘이다.
다행히 국산 참깨는 최근 재배면적이 늘고 있는데 값이 좀 비싸더라도 좋은 지방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추어 참깨 재배방법도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노지에서만 볼 수 있었던 참깨가 비닐하우스 안에서도 자란다. 고창 등에서 수박 후작으로 참깨를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깨나 수박 모두 연작피해가 있는 작물인데 수박을 수확한 후에 참깨를 심으면 둘 다 연작피해가 줄어든다. 노지보다 수량성도 좋아져서 종전에 10a당 50kg이던 수확량이 90kg이상으로 늘어난다. 국산 참깨가 값이 비싼 점을 고려하면 농가수익이 커진다는 얘기다.
올리브유는 세계화된 기름이다. 단일품목으로 시장만 무려 90조에 육박하는 엄청난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90년대 10년 동안 급속히 성장했고 그 전까지는 올리브유도 참기름처럼 지역의 작은 기름이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 지중해 식단이 미국에서 장수식단으로 유행했던게 시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새로운 기름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기름이 이미 사용되고 있다. 바로 참기름과 들기름이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효과는 올리브유보다 참기름이 더 크게 좋다. 오메가3가 65%나 함유된 들기름은 항산화성이 뛰어나 각종 염증질환에 효능이 있다.
전라북도는 곡창지대와 더불어 대규모 간척된 농지면적이 새롭게 유입되는 곳이다. 참기름도 올리브유처럼 세계화 할 수 있는 잠재성 큰 건강식품임을 감안할 때 참깨의 주산지로 전북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싶다. 아직 참깨 주산지로서 세계적 명성을 가진 곳이 없다는 점도 기회요인이다. 알리바바가 보물이 쌓인 동굴을 여는 주문이 전북에서 통할지도 모른다. 글로벌 시장을 여는 ‘열려라 전북 참깨’가 될 날이 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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