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역의 청년들을 모으고, 교육해서 청년들이 스스로 만든 프로그램을 가지고 농산어촌에 있는 전교생 60명 미만의 작은 중학교에 가서 2주 동안 동고동락하며 시골 청소년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꿈사다리학교라는 이름의 멘토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활동하다 보면 항상 대학생 멘토들에게 듣는 말이 있습니다. ‘어? 생각해보니까 저 꿈사(다리학교) 와서 비염이 사라졌어요!’. 산 좋고, 물 좋고, 공기도 좋은 곳에서 사나흘만 지나도 우리 몸은 자연의 건강함을 받아들여 금방 튼튼한 면역체계를 갖추어 냅니다. 언제 봐도 신기하고 놀라운 우리들의 능력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 있는 시골 학교에도 공기청정기가 교실 한쪽에서 열심히 전기를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7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공기청정기 설치 바람’은 2018년 겨울과 2019년 봄 사이에 발생했던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가정용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이는 학교에도 우리 아이들을 위한 공기청정기 설치 요구로 이어졌습니다. 2019년 전북교육청이 6900여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기 위해 투입된 예산은 34억 원에 이릅니다. 지난 3월 12일에는 교육부총리까지 나서 ‘학교 맞춤형 공기청정기 생산을 검토하기 위해 산자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세먼지의 근본적 해결책이 공기청정기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저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의무가 있는 우리가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이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저는 두 가지 때문에 공기청정기로 내려지는 결론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첫 번째, 미세먼지는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공기청정기 부속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고, 전기를 사용해 가동합니다. 공기청정기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화석연료의 연소를 수반합니다. 미세먼지를 잡겠다고 미세먼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두 번째는 공기청정기의 실력에 대한 의문입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엌에서 달걀프라이만 해도 바로 알아차리고 작동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저렇게 작은 오염원에도 공기청정을 해야 한다면, 자욱하게 도시 전체를 채워버린 미세먼지를 공기청정기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얼마나 크고, 많은 공기청정기가 필요하다는 것일까요?
미세먼지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바뀌어야 합니다. 소비를 통한 해결이 아닌 생산적 활동을 통한 해결해야 합니다. 공기정화 식물을 심고 기른다든지, 미세먼지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숲을 조성한다든지 하는 방식 말입니다. 모든 것을 ‘소비’로 해결하려는 우리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아이들이 미세먼지의 해결 방안을 ‘공기청정기’라고 생각할 것이 저는 매우 우려됩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미세먼지 해결방안은 ‘교육’입니다. 아이들이 미세먼지 발생이 근원적 문제를 인지하고, 스스로 생산적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이끌어줘야 합니다. 미세먼지로부터 우리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공기청정기와 마스크와 같은 모든 노력들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우리 어른들과 아이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다시, 미세먼지가 돌아왔습니다.
/이동훈 코끼리 가는 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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