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엊그제 지났다. 설날 아침 으레 떡국 한 그릇 먹는데, 새해를 시작함으로써 천지만물의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는 뜻으로 차례와 세찬에 없으면 안 될 음식으로 설날 아침에 반드시 떡국을 먹었다.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먹는다’는 이야기에 어린 아이들은 두세 그릇을 먹고 빨리 어른이 되길 원하기도 하고,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또 이렇게 한 살을 먹는구나’라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한다.
설날엔 떡국만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로 차례상을 차리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과 세배를 하고 덕담을 나누며 조그마한 선물을 주고 받는다. 어린 시절 부모님들께서는 쌀, 계란, 기름, 쇠고기 등 농산물을 주고 받으셨다. 하지만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은 과일류, 유제품류 및 건강보조식품 등과 더불어 현금, 상품권, 와인 및 공산품 등으로 다양하게 바뀌었다.
그러나 설 선물용과 제수용 농식품 중 우리 농식품이 아닌 수입농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현금, 상품권 및 공산품 등의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은 씁쓸하기만 하다. 이렇게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농업을 영위하고 있는 농업인의 소득이 생계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농업활동을 통해 확보한 ‘농업소득’은 지난 1994년 각각 1032.5만원을 기록하였지만, 지난 해 통계청이 내놓은 ‘2018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의 평균 농업소득은 1292만원에 불과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0 농업전망에 따르면 2019년(추정) 농업소득은 1277만원으로 전년보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35년 가까이 농업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농업소득은 농업조수입(농업매출액)에서 농업경영비를 뺀 나머지이다. 연도별 농산물 가격 상황에 따라 농가판매가격지수는 등락하였지만, 농가구입가격지수는 한차례로 하락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농업소득이 정체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실제 농업현장에서 농업인들은 ‘농자재를 비롯한 공산품 가격은 매년 오르고, 또 한번 오르면 내리지 않는다’고 하며, 반면에 ‘농산물 가격은 매년 등락을 달리해 종잡기가 힘들고, 물가를 감안할 경우 실제 가격이 오르지않는 것은 농산물가격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위 자료에 따르면 농가가 1년 동안 농사지어 월 100만원 약간 상회하는 소득을 번다는 얘기이며, 요즘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있는 최저임금 174만원(2019년) 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비교하면 농업경영주가 노동자보다 적게 벌었다는 의미다. 그나마 농업소득과 농업 이외 활동에서 얻은 농외소득, 직불금을 포함한 정부 보조 등 이전소득 그리고 경조수입과 같은 비경상소득을 합한 농가소득이 4206만원(2018년)으로 상승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도시근로자가구소득 6482만원에 비하면 6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본업인 농업에서 얻는 소득이 늘지 않으면 농촌의 기반인 농가가 지속가능성을 잃게 되며, 이로 인해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유지해가는 기반까지 잃게 된다는 점이다. 위험단계에 빠진 우리 농업농촌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농업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세부 계획의 수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설명절 전후 주위의 소외된 분들을 찾아 어우만지듯 우리 농민들이 느낄 상실감과 소외감을 우리 모두가 보듬고 함께 어울려가는 상상을 해본다.
/이승형 삼농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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