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과거 ‘회식자리에서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것’에서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개념이 바뀌고 이 같은 술 문화 확산에 맞물려 전통주 소비 및 생산이 증가추세에 있다. 특히 최근 전통주 시장은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이 증가해 시장규모가 확대추세이며, 국제적인 K-푸드 열풍은 수출확대 기회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대로 이어온 전통의 역사가 있고 국내 쌀과 과실로 빚어지는 술을 전통주라고 한다. 또한 각 나라마다 자국의 환경에 맞게 전통성과 역사성을 더하고 나름 멋과 맛을 내면서 식생활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발전되어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주로 곰팡이균을 이용하여 빚어지는 누룩술인데 주요 원료는 멥쌀, 찹쌀, 잡곡 등 다양하다. 이렇게 우리 전통주의 주 원료인 쌀이 밥에서 다양한 가공식품 특히 주류에 이용되면서 소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한번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과거 우리에게 쌀은 주식으로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1970년 이전에는 식량부족으로 인하여 많은 국민이 쌀이 아닌 잡곡을 섭취 하였으나 통일벼의 개발과 함께 쌀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귀하고 고마운 쌀도 우리의 생활 습관의 변화와 함께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54g으로 30년 전보다 50%이상 감소하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농업의 근간이 되는 벼농사를 무조건 줄이거나 없앨 수 만은 없기에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시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우리 쌀을 이용한 주류를 만드는 것이다.
쌀을 이용한 주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이 존재하였다. 그 중 대표적으로 우리는 막걸리를 떠올린다. 과거 우리 선조부터 마셨던 터라 전통주는 종종 나이 많은 사람의 술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쌀이 우리의 관심을 덜 받는 현재 전통주는 우리 곁에 더욱 다가와 기존에 인식을 바꾸고 있다. 전통주 온라인 플랫폼 백술닷컴의 신규 가입자 중 2030세대가 60%를 차지할 정도로 MZ세대에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결과 2018년 456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2022년 1,629억원으로 4년 만에 360% 성장 했다.
이처럼 전통주가 앞에서 말한 위기의 쌀시장의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술 제조에 사용되는 쌀의 양은 다른 가공품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2017년 안동시 조사에 따르면 안동지역 7개 양조장이 안동지역 한해 쌀 소비의 5.4%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조금씩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증류식 소주의 경우 시장의 10%를 우리 농산물로 만든다면 한 해 3만6천톤의 쌀이 소비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이렇게 전통주의 쌀 소비 확대로 정부도 우리 쌀을 활용한 전통주의 주세 경감 대상을 올해 세법개정안 수준보다 2배로 늘리고 원료 규제 개선과 육성 연구개발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필자가 근무하는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오는 12월 K-라이스페스타를 개최할 예정이다. K-라이스페스타는 우리 농산물인 쌀과 쌀로 만든 전통주를 홍보하여 가공용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열린다. 우리 전북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전주이강주, 한영석발효연구소, 고창 배상면주가가 본선에 진출하여 우리 전북 쌀의 우수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단기적인 쌀 소비 촉진을 넘어 쌀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농업·농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서 우리 쌀이 다시금 주목받고, 쌀 소비가 활성화되어 우리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쌀로 만드는 전통주 산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소비층의 유입, 홈술 문화의 확산, K-콘텐츠의 인기에 따른 해외 수출 증가 등이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전통주는 이제 단순한 술이 아닌,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담은 새로운 문화 콘텐츠이자 쌀 소비의 선두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우리 농협도 적극적인 지원을 통하여 전통주산업이 더 밝은 미래를 맞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쌀 기운이 가득한 우리 전통주의 성장과 함께 쌀맛나는 내일을 기대해 본다.
김영일 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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