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60% 이상 촬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비롯해 감독상, 작품상, 국제장편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등 주요 4개 부문의 수상을 거머쥐며 한국영화 101년만의 쾌거를 이뤘다.
이런 가운데 전주영화종합촬영소의 야외세트장에서 탄생한 영화 ‘기생충’의 주요 장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이를 활용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화 ‘기생충’의 중심 공간인 박사장(이선균 분)의 저택은 영화의 핵심 공간이라고 할 만큼 많은 이야기가 담긴 장소다. 지난 2018년 4월부터 9월까지 약 5개월에 걸쳐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야외세트장 내 100여 평의 부지에 터를 잡고 세트 공사와 촬영을 진행했다. 전체 촬영 일정 77회차 중 46회차에 달하는 분량이다.
영화 후반부 중 인물들 간의 최후 접전이 벌어진 가든파티를 비롯해 저택을 둘러싼 야외 촬영 또한 모두 이곳에서 진행했다. 실제 주거 공간을 본떠 수도와 전기시설을 갖췄으며, 초록 잔디가 깔린 정원에는 저택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고가의 정원수를 식재하는 등 세밀하게 신경 썼다.
이와 동시에 전주영화종합촬영소 J1스튜디오에는 지하 밀실로 이어지는 계단 통로 공간이 설계됐다. 전주 평화동의 한 PC방에서는 기우(최우식 분)와 기정(박소담 분)이 고액 과외를 맡기 위해 졸업증명서를 위조하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영화를 감명 깊게 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전주를 찾아 스크린 속 장면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의 주제의식이 극명하게 드러난 ‘기택(송강호 분) 가족의 우천 달리기 장면’에는 서울 성북동 인근의 모습이 담겨있지만 저택 내·외부 장면을 비롯해 영화의 60% 이상을 전주에서 촬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그러나 현재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촬영 세트장은 철거된 상태다.
전주시 관계자는 “영화제작사와 봉준호 감독 측이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세트장 철거를 요청했다. 또한 촬영소의 공간적 제약도 있다”며 “세트장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제작사·감독 측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 영화계는 세트장 복원 등으로 ‘기생충 특수’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병록 전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전주와 가까운 군산 새만금 등 지역의 넓은 부지를 활용해서 영구보존할 수 있는 세트장을 만들면 새로운 관광코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광과 연결시키려면 무엇보다 관련 컨텐츠를 개발하는 일이 관건”이라면서 “감독을 초청해 영화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고, 지역의 영상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세트장 복원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세운 야외 세트장이 반짝 특수가 끝나면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
전주영상위원회 관계자는 “영화 기생충이 잇단 수상 소식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 진행한 촬영 내용에 대한 문의도 크게 늘었다”면서 “저택 등 세트장을 영화 장면 그대로 재현하는 부분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영화 기생충을 통해 지역 관광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주시 상림동에 위치한 전주영화종합촬영소는 5만 6800여㎡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J1스튜디오(2067㎡)와 지상 2층 규모의 J2스튜디오(1311㎡), 그리고 야외 세트장(4만 8242㎡)과 2층 규모의 야외촬영센터가 조성돼 있다. 세트 제작실과 스태프실, 분장실, 미술, 소품실, 휴게실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강인·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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