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4명이 대마초를 흡입한 사실이 드러나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기금운용본부 핵심 인력들이 마약에 빠진 일탈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태다.
국민연금공단 측도 지난 7월 기금운용본부에서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책임운용역 1명과 전임운용역 3명이 대마초를 흡입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발해놓고도 이런 사실을 국민에게 바로 알리지 않은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경제지의 단독 보도를 통해서야 국민들은 뒤늦게 알게 됐다.
대마초 흡입 혐의를 받는 기금운용본부 대체투자 운용역들은 국민연금 기금 750조 중 약 90조 원을 운용한다. 대체투자는 주로 사모투자나 부동산 항공기 선박 등에 투자한다. 따라서 기금운용 수익은 운영역들의 역량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이런 핵심인력들이 마약에 취해 기금 투자를 결정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기금운용 수익률이 1%만 떨어져도 연금 기금 고갈이 5~9년 빨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기금운용본부 직원의 기강해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퇴직예정자 3명이 프로젝트 투자 자료 등 기밀정보를 외부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는 이런 사실을 연금공단 이사장이나 감사에 즉각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증폭됐었다. 2018년에는 기금운용본부 직원 100여 명이 해외 위탁운용사로부터 8억5000만 원을 지원받아 해외 연수를 다녀온 사실이 적발됐다. 앞서 지난 2011년에는 직원들이 증권사와 결탁해 불공정 거래를 일삼아 책임자 상당수가 교체되기도 했다.
이러한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의 일탈행위는 기금운용의 위험성을 높이고 대외적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이 노후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도록 직원들의 공직 복무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리고 내부 통제나 감시시스템 강화 등 근본적인 쇄신책을 마련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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