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속에 맞은 추석명절. 평상시 같으면 가족과 함께 고향 근처의 명소를 찾아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회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코로나19에 꽉 잡힌 발목이 명절이라고 풀어질 리 없다. 오히려 더 단단히 조여야 할 시기다. 가급적 집안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겠지만 긴 연휴에 집 근처 산책길에 나서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철저한 방역 준비를 하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조용한 산책코스나 주변의 숨은 명소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집 근처에 부담없이 찾아가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힐링할 수 있는 전북지역 비대면 여행지를 소개한다.
◇ 서해 해안절경 품은 산책로 - 군산 ‘비응 마파지길’
지난 5월 개방된 군산 ‘비응 마파지길(비응항 군부대 일원 데크 산책로)’이 새로운 힐링 장소로 뜨고 있다.
이곳은 비응항 주변 해양체험 편익시설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서해바다와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쉼터와 총 1.8km의 산책로를 갖추고 있다.
‘마파지’라는 이름은 비응도 주민들이 예로부터 이곳을 ‘마파람(남풍)’을 받는 자리’라고 부르면서 붙여졌다.
이곳 산책로에 들어서면 탁 트인 푸른 서해바다가 발아래로 시원스레 펼쳐지고, 저 멀리 야미도 등 섬들도 한눈에 볼 수 있다.
도심과도 멀지 않아 코로나 19로 쌓인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푸는데 제격이라는 평이 많다.
특히 산책로는 아담하면서 빼어난 해안 절경을 품고 있어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과 함께 가볍게 걷기에 좋다.
여기에 포톤존은 물론 밤이 되면 시시각각 바뀌는 아름다운 조명이 밤바다의 경치와 어울러져 멋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 금강 강변에서 느끼는 가을의 서정 - 익산 ‘용안 생태습지공원’
익산 금강변에 위치한 용안생태습지공원은 익산시 용안면 난포리 일원에 67만㎡(20만평) 규모로 조성됐다. 1980년대에 금강 하굿둑 공사가 시작되면서 물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된 주민들이 논농사를 지을 목적으로 강가에 간척지를 만들었고 이를 공원으로 조성한 것.
금강과 억새가 어우러져 수채화 같은 서정적인 정서와 강가 너머의 노을, 그리고 선홍빛으로 물든 가을의 아름다운 모습을 즐길 수 있고 조용하고 편안한 휴식을 맛볼 수 있다.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억새가 만발하고, 겨울에는 철새들의 쉼터가 된다.
나무 데크가 깔끔하게 조성돼 있고 청개구리 광장 등 4개의 광장과 야외학습장, 조류 관찰대, 전망대, 백련지, 홍련지, 억새동산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축구장과 족구장도 있다. 최근에는 해바라기 및 코스모스 산책로 공사가 마무리됐다.
입구는 바람개비길과 맞닿아 있다. 4km에 이르는 길에는 산들바람과 함께 형형색색의 바람개비가 춤을 춘다. 가벼운 산책이나 자전거 라이딩에 안성맞춤이다.
◇ 조용한 도심 정원에서 사색의 시간을 - 남원 ‘아담원’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남원의 힐링 명소 ‘아담원’(我談苑)이 있다.
올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숨은 관광지로 아담(我談)은 ‘나와 나누는 대화’라는 뜻을 지녔다.
남원 시내에서 이백면으로 25분 정도 소요되는 길을 따라가면 아담원이 나오는데 개나리, 조팝나무, 황매화 등 1000여종의 나무와 꽃이 식재돼있다.
2018년 조경 농원에서 카페가 있는 정원으로 조성된 아담원은 도심 힐링 명소로 급부상하면서 브런치와 이벤트까지 즐길 수 있는 카페로 각광받고 있다.
아담원 입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풍경 좋은 단층 카페가 보인다.
카페 주변으로 나무들과 꽃이 즐비하다. 대형 수목원 같은 아담원은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춘 이벤트관이 마련됐다.
한쪽 벽면에는 대형 책꽂이도 놓여 있어 한가롭게 독서도 할 수 있다.
아담원에 있는 야외테라스는 광활한 대지와 많은 종류의 나무로 둘러싸인 숲을 한눈에 바라보면서 차를 즐길 수 있어 햇살이 비추는 날은 특히 인기다.
◇ 내장산 자락의 생태관광 명소 - 정읍 ‘솔티 숲’·‘월영습지’
정읍 내장저수지 옆 송죽마을 ‘솔티 숲 옛길’과 ‘월영습지’가 생태관광 명소로 탐방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솔티숲’은 국립공원 내장산 불출봉 자락의 아름다운 원시숲이 형성되어 있고 깃대종인 비단벌레와 진노랑상사화 같은 멸종위기종과 733종의 자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내장호 조각공원 ~ 솔티마을까지 옛길 2km 구간이 복원되어 마을주민들이 활동하는 에코매니저와 동행하며 해설을 들을수 있다.
총 3개 코스로 내장생태탐방마루길 ~ 편백나무길 ~ 인민재판소 ~ 초빈(진노랑상사화군락) ~사랑바위 ~ 마을회관까지 역사·문화·생태자원을 체혐할수 있다.
‘월영습지’는 2011년 실시한 전국 습지 조사에서 처음 발견된 습지로 2014년에 환경부에서 습지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산 정상부 일대 계곡 사이의 분지에 형성된 저층형 산지 내륙습지로, 과거에 주로 농경지로 사용되었던 폐경지가 습지로 천이(遷移) 되어가는 자연의 역사를 담고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동식물(동물 122종, 식물 154종)총 276종의 생물이 살고 있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 서해에서 보는 호남평야의 지평선 - 김제 ‘망해사’
망해사는 지평선과 수평선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망해사가 자리한 진봉산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 오르면 징게맹갱 호남평야의 지평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해바다 옆 만경강 하류 진봉산 기슭에 자리한 바다를 낀 몇 안 되는 사찰 중 하나로 기암괴석의 벼랑 위에 망망대해를 내려다보며 서 있어 이름 그대로 망해사이다.
현재는 새만금사업으로 인해 바다가 아닌 담수호가 되었으며, 얕아진 물에는 습지가 조성되어 갈대밭 등 새로운 볼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시원하게 뻗은 물줄기와 끝도 없는 평야를 품은 망해사에 오르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풍광은 일상의 답답함을 한숨에 날려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망해사에서 보는 서해 낙조는 가을과 닮아있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바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동마저 느끼게 해준다.
◇ 어린이 모험 테마 놀이시설 - 완주 ‘놀토피아’
완주군 고산면 대아저수지 아래 어린이 모험 테마 놀이시설 ‘놀토피아’는 추석 명절에도 정상 운영한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놀토피아는 가족단위로 많이 찾고 있으며, 추석명절 연휴에도 정상 운영된다. 다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실내 입장객은 50명으로 제한돼 있다.
놀토피아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암벽등반을 테마로 하는 모험 놀이시설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가장 많은 핫플레이스가 됐다.
클라이밍을 비롯해 스크린 테니스, 스크린 골프, 풋살, 농구슈팅, 다트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25종의 다양한 스포츠 시설이 구비돼 있다.
구이면 전북도립미술관도 연휴동안 영화 상영과 체험 등 제한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다만 사전에 홈페이지 예약을 해야 한다.
◇ 세월을 거슬러 가는 이야기길 - 고창 ‘고인돌 질마재따라 100리길’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은 고창의 자연 역사 문화의 속살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이야기길이다.
질마는 짐을 실으려고 소나 말의 등에 안장처럼 얹는 기구로, ‘길마’의 사투리다. 질마재는 서정주 시인의 고향 진마마을 뒤에 있는 ‘안장을 닮은 고개’다. 고창군은 2009년에 고인돌 질마재 100리길을 개발해 탐방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고인돌박물관에 주차를 하고 안내도를 숙지한 뒤 출발하여 고인돌 다리를 건너서 1코스인 고인돌길(8.89㎞)을 따라 걷는다. 고인돌이 세계에서 가장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는 고인돌길을 걷노라면 몇천년 전 세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인돌유적지에서 운곡습지로 넘어가는 길은 가파르기는 하나 정상에 올라 보면 얼굴에 스치는 바람 한줌에 이내 기분이 좋아진다.
숲속으로 들어서면 습지 관찰로, 자연생태습지 연못, 운곡저수지 등을 만난다. 오베이골에 있는 운곡습지를 충분히 관찰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습지관찰로를 따라 습지의 다양한 풀, 나무 등이 원시상태 처럼 보존된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 계곡 길 따라 전설 속으로 - 무주 구천동 ‘어사길’
옛길 모습으로 복원한 어사 길은 구천동 계곡을 따라 백련사까지 이어진다. 인월담 주변에 살던 주민들이 이용했던 길로 오솔길과 돌계단은 옛 흔적 그대로 살리고 인위적인 구조물들은 최소화시켰다.
길 곳곳에서는 옛사람들이 살던 흔적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1960년대 최고의 명성을 떨쳤던 한성여관 터를 만나 잠시 의미 있는 시간여행을 해볼 수 있다. 구월담 근처 숲에는 무주 태생 김남관 대령이 극락정토를 꿈꾸며 9000개의 불상을 만들다 만 흔적도 남아있다.
안심대에는 생육신 매월당 김시습에 관한 이야기도 전해 오며 암행어사 박문수가 주민들에게 횡포를 부리던 자들을 벌주고 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갔다는 전설도 서려있다.
길 초입에서 만나는 자연습지교육장을 시작으로 구천동 33경 중 16경인 인월담부터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 다연대, 구월담, 금포타, 호탄암, 청류계, 안심대까지는 길목마다 펼쳐진 풍광이 연신 감탄사를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인월담을 지나 비파담으로 이어지는 길은 숲속 맑은 공기와 함께 청아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최고의 구간으로 꼽힌다.
◇가벼운 산행으로 신비의 옥정호를 한눈에 - 임실 ‘국사봉’
국사봉은 임실군 운암면 입석리에 위치한 해발 475m의 봉우리로, 신비에 쌓인 옥정호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명소다.
전주에서 자동차로 20분 이내에 자리한 국사봉은 평소에도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들이 쇄도하는 쉼터로 산자수려한 곳이다.
옥정호로 둘러 쌓인 이곳은 평소 등반과 하이킹, 자동차 드라이브족들이 즐겨 찾는 다양한 볼거리를 지닌 곳이다.
국사봉 입구에는 자동차 주차장과 휴게소가 완비됐으며 등반은 2시간 이내의 소풍장소로 인기가 높다.
특히 요즘같은 경우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에는 운무에 뒤덮인 신비의 옥정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국사봉 아래 호수에는 인공섬인 붕어섬이 자리하고 있으며 산책로를 통해 이곳을 둘러볼 수 있다.
국사봉 진입로는 ‘전국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호수 주변에는 다양한 산책로와 쉼터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이환규·송승욱·김영호·임장훈·최창용·김재호·김성규·김효종·박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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