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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세 꼭 도입해야 하는 이유

기부금 내면 세액 공제 답례품 제공
지역 살리고 농산물 판매 촉진 효과
3차례 무산… 21대 국회 법 제정을

권순택 논설위원
권순택 논설위원

우리나라처럼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한 일본은 지난 2008년부터 후루사토세(고향세)를 도입했다. 아베 전 총리의 주도로 시행된 고향세는 자신의 고향이나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기부금을 받은 자치단체에선 답례로 쌀 쇠고기 전복 상어지느러미 등 지역 특산물을 기부자에게 제공한다. 고향세를 도입한 첫해에는 기부액이 81억 엔(831억 원) 수준에 그쳤지만 2018년에는 5127억 엔(5조5000억 원)에 달했다. 10년 만에 고향 기부금이 무려 63배 넘게 늘어났다.

일본의 후루사토세는 쇠락해가던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부금 재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인재양성사업을 비롯해 주민 의료·복지서비스를 강화하고 다양한 일자리 창출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이 살아나고 있다. 여기에 기부금을 낸 사람들에게 답례품으로 지역 농특산물을 제공함으로써 농·어가 소득도 크게 늘어났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 선진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부금제도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선 고향세가 지난 2007년 처음 거론됐다. 17대 대선 당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고향세 도입을 내걸었다. 이후 고향세 관련 법안이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수도권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의 강력 반발 때문이었다. 다시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선 공약으로 고향세 도입을 채택했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했다. 하지만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고향세 법안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21대 국회 들어서 고향세 법안이 다시 국회에서 발의됐다. 익산을 한병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지난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준조세와 답례품 제공 문제를 들어 반대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한병도 의원이 발의한 고향사랑기부금은 자신의 고향 자치단체에 금품을 기부하면 추후에 세액 감면과 답례품으로 돌려받는 게 핵심 내용이다. 예컨대 10만 원을 고향에 기부하면 10만 원의 세액 공제와 함께 3만 원 상당의 고향 특산품도 받을 수 있다. 기부자 입장에선 고향도 돕고 선물도 받는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재정 확충을 통해 청년일자리 창출과 지역 인재육성 주민복지사업 등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다. 또한 지역 농특산물 판매 촉진으로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고향세 도입에 따른 기부금 규모는 연간 6844억∼3조444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자치단체에는 고향세가 효자노릇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전라북도 재정자립도는 21.6%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최하위였다.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더 심각하다. 올해 재정자립도가 20%를 넘는 곳은 전주시 한 곳뿐이었다. 3년 전에는 군산 완주 익산 등 4곳이 20%를 웃돌았지만 올해 들어 10%대로 추락했다. 김제 정읍 부안 남원이 9%대, 순창 임실 무주 8%대, 장수 고창 진안은 7%대에 불과하다. 도내 자치단체 10곳은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 주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 여론조사 결과, 60% 이상이 고향세 도입에 찬성했다. 응답자의 45%는 고향사랑기부금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고향세는 수도권과 지방의 재정불균형 해소와 함께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는 열쇠다. 고향세 도입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과 농촌을 살리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고향세 관련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권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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